사회
지하철 성추행 피해자 "당한 건 나인데, 오히려…"
입력 2014-06-06 10:02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지만 오히려 '나쁜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네티즌의 사연이 한 온라인 게시판에서 화제다.
'지하철 성추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제가 나쁜 사람이 됐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6일 올라온 이 글은 5일 현재 조회수 23만을 넘어섰다.
글쓴이는 "퇴근 후 종로 3가에서 대화행 열차를 타고 귀가하는 중이었다"며 글을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라 열차에는 앉을자리가 부족했고 글쓴이는 열차 문 앞에서 서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가고 있었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을 지나칠수록 승객이 빠져 숨을 좀 돌리고 있던 찰라, 글쓴이는 "갑자기 왼쪽 엉덩이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며 "반사적으로 돌아봤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뒤에는 70대 남성이 서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 실수로 그랬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글쓴이는 "불쾌한 마음에 그의 얼굴을 강하게 쏘아보고 인상을 쓰면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황당한 것은 그 남성이 오히려 화를 내며 글쓴이에게 위협을 가했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사람이 많으면 좀 닿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며 "삿대질까지 하며 위협적으로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하철이 싫으면 택시를 타고 다녀라', '부모한테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건지 모르겠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신이 제대로 박히지 않았다' 등 막말을 쏟아내며 공격적으로 나왔다. 글쓴이는 "순간 머리가 하얘져 아무 말도 못 했다"며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글쓴이가 잠자코 있자 지하철 승객들은 '아가씨가 오해한 것 같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칙 때문인지 승객들은 '아저씨가 참으라', '요새는 이런 일이 많아서 오해할 수도 있다'며 상대방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는 것.
글쓴이는 "어떤 여성은 오히려 '아저씨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라'느니 '시끄러우니 여기서 내리라'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주눅이 들어 구석에 있으니 상대방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자기가 언제 엉덩이를 만졌냐'며 호통을 쳤다"며 "내 입으로 엉덩이라는 말을 꺼낸 적 없는 만큼 자기가 한 짓을 실토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논쟁할 힘이 빠진 글쓴이는 대꾸 없이 반대편 문에 서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성추행 상대방의 태도도 문제지만 피해자를 몰아세우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며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긴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글을 끝냈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많이 무서웠겠다"며 글쓴이를 위로했다. 네티즌 '흐음'님은 "비슷한 일을 목격한 적 있다"며 "겁먹지 말고 잘 대처해야할 것 같다"고 동조했다. '88퍼센트'님는 "말로 따질 것 없이 경찰서로 끌어가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고 '왜그럴까요'님은 "같은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명 없을 것"이라고 속상해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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