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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근의 생생필드] 그린콘서트, ‘그들만의 놀이터’란 벽을 허물다
입력 2014-06-05 07:21 
그린콘서트 기간 동안 벙커를 씨름장으로 만든 서원밸리 골프장. 사진=MK스포츠 DB
4만1000명, 주차 차량 6000대.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의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사랑실천 자선 그린콘서트를 다녀간 관람객과 차량 대수다.
이날 하루 서원밸리는 거대한 놀이동산이자 대형 콘서트장으로 변신한다. 아이들은 벙커장에선 씨름을 페어웨이에 마련된 에어 놀이터와 드넓은 축구장에서 원 없이 뛰어노는 재미를 만끽했다. 그 어떤 놀이동산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맛 본 아이들은 뜨거운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술래잡기와 공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넓디넓은 놀이터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어른들은 평소 눈여겨봤던 골프용품을 자선바자회를 통해 저렴하게 사는 여유로운 쇼핑을 즐겼다.
서원밸리는 5억원이 넘는 하루 매출을 포기하고 일반 시민들이 쉽게 찾기 힘든 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해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에 따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콘서트를 전후해 전국에서 몰려온 팬들로 인근 숙박업소와 요식업소는 완전 매진되면서 요맘때쯤 업소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특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콘서트 취지에 뜻을 같이해 한 푼의 출연료 없이 무대에 올라서는 한류스타들로 인해 해외 팬들도 대거 몰려든다.

올해는 걸스데이, 에이핑크, 빅스, 비투비, 히스토리, 에이젝스, 틴탑, 박재범, 휘성, DJ DOC, 바비킴, 정동하, 홍진영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일본, 싱가폴,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 등에서 2000여명 가량의 한류 팬들이 이곳을 찾았다.
즉 그린콘서트는 문화 체험의 기회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한류 전파 등을 제공하는 셈이다.
드넓은 페어웨이를 놀이터와 축구장으로 만든 서원밸리 골프장 전경.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만의 놀이터로 여겨졌던 골프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골프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골프장은 ‘고가의 회원권과 ‘비싼 그린피란 태생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일반 시민들에겐 소위 가진 자들만 놀 수 있는 곳이라 여겨졌다.
부정적인 시각 탓에 한 방송인이 세월호 참사 속에서 골프장을 갔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고, 정부에서는 골프 금지령과 함께 골프장에 감찰반을 파견하는 초강경 대응을 보였다.
골프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다. 생활 체육으로 거듭나고 있는 스포츠 종목에 금지령을 내리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유례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도 문제지만 대중화를 이뤘다는 골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에 대해 골프계 특히 골프장들은 곱씹어 봐야 하는 대목이다.
그린콘서트를 위해 페어웨이를 주차장으로 만든 서원밸리 골프장. 사진=MK스포츠 DB
이런 점에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골프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모들의 손에 이끌려 주차장과 놀이터로 변한 페어웨이를 경험한 아이들은 자라면서 골프장은 친숙한 곳이라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 좋지 않게 바라봤던 골프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공연을 관람한 부모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골프장 찾는 것을 왜 부정적으로 바라보냐고 반문할 것이다.
이것이 ‘그들만의 놀이터란 인식을 깨쳐버린 서원밸리 골프장에 골프곌의 한 사람으로써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골프장에서도 ‘골프장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골프를 쳤다고 이유로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yoo6120@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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