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도권 `깜깜이 분양` 주의보
입력 2014-05-26 17:20 
최근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분양된 '배곧신도시 골드클래스'는 총 690가구 모집에 32명만 청약했다. 견본주택은 청약을 마친 뒤 슬그머니 문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입지와 건설사 브랜드 때문에 청약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분양 딱지가 붙으면 아파트를 팔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깜깜이 분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장에 '깜깜이 분양'이 등장하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분양 시장 침체기에는 대규모 미분양이 불 보듯 뻔할 때 법정 청약 기간에 투입해야 할 비용을 줄이고 미분양이라는 소문을 사전에 차단해 실수요자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쓰였다. 지방 중소 도시는 청약통장 가입자가 많지 않아 건설사가 깜깜이 분양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건축 단지에서도 깜깜이 분양이 나왔다. 금호건설이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무궁화단지를 새로 짓는 '홍제 금호어울림'은 이달 초 청약을 마친 뒤 주택홍보관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 홍보에 나섰다. 청약 당시에는 분양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청자는 총 91가구 모집에 4명에 그쳤다.

고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분양 중인 '트리마제'도 총 688가구 일반분양에 23명만 청약했다. 분양 관계자는 "매수 의사를 밝힌 부유층을 대상으로 일명 'VIP 마케팅'을 펼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3.3㎡당 3200만~4800만원으로 비싸서 정상적으로 분양하면 미분양이 불가피하고 가치만 떨어진다"며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 '가청약'을 할 수 있다는 등 내용의 상담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깜깜이 분양은 불법은 아니지만 주택 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제도를 통해 집을 살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빼앗기는 셈"이라며 "아파트를 고를 때 어떻게 분양하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청약제도를 시장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약순위별로 분양을 제한하기보다 수요자가 선호하는 층ㆍ동ㆍ향의 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 <용어설명>
▷깜깜이 분양 : 건설사가 의도적으로 '미분양'을 만들고 (청약통장을 쓰지 않는) 선착순 판매에 주력하는 편법 분양을 말한다. 일간지에 모집 공고만 낼 뿐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다.
[임영신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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