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부인과 개원 1곳하면 2.3곳 폐업
입력 2014-05-26 13:59 

경북 봉화군은 산부인과 의원이 없는 전국 46곳중 한곳이다. 올해초 봉화군 운계2리에서 20년만에 아이가 태어났고 30대 초반인 아이의 엄마는 시골마을 집에서 직접 출산했고 아빠는 아이를 받고 탯줄을 잘랐다. 이는 지난 24일 모 방송에 소개됐던 내용으로 배우 이선균과 요리연구가 임지호씨가 동내 어른들과 함께 이 아이의 100일 잔치를 열어줬다.
산부인과와 외과가 고사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과 더불어 수익감소, 사고관련 소송부담으로 산부인과가 사라지면서 집에서 아이를 직접 낳거나 산부인과 병의원이 있는 도시로 나가 아이를 낳는 원정출산이 늘어나고 있다.
26일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을 통해 본 개원가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산부인과 폐업률이 223.3%로 가장 높았다. 1개의 산부인과 의원이 개업할 때 동시에 2.3개가 문을 닫는 셈이며 1년전(173%)과 비교해도 약 50%포인트(p)나 뛰었다. 지난해 산부인과의원은 43개소가 신규 개원했고 96개소가 폐업했다.
외과(136.8%) 역시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다. 외과는 38개 의원이 개업했고 52개소가 폐업했다.

임금자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산부인과의 높은 폐업률은 지난해 기준 전국 46개 시.군에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아예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포괄수가제 적용에 따른 비급여 수입 감소와 의료사고 관련 소송증가 등으로 이미 산부인과 진료과목의 존폐 자체가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는 전공의 지원도 최근 들어 매년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전공의을 겨우 2지망으로 채웠다. 전공의 지원자들이 낮은 수가와 다른 과에 비해 소송에 걸릴 위험이 높아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경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전문의는 "출산은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개업을 하기에 위험부담이 크고 수련을 마쳐도 실력이 갖춰지지 않아 전임의를 2~3년 동안 더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 출산과 관련된 사고.사건때 안전장치를 마련해줘야 개원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의원은 모두 1536개로 대표적인 고소득 자영업으로 알려진 의원이 하루 평균 4.2개꼴로 문을 닫았다. 새로 문을 연 개원의 수(1831개)가 폐업보다는 다소 많았지만, 개업 대비 폐업 비율(폐업률)이 83.9%로 2011년(81.9%)과 2012년(89.2%)에 이어 3년 연속 80%를 웃돌았다.
비교적 높은 폐업률을 기록한 진료과는 신경외과(95.2%), 일반의(92.8%), 소아청소년과(84.1%)로 전체 의원 평균 폐업률(83.9%)보다 높았다. 이에 반해 내과(50.3%).재활의학과(52.6%).정신과(56.3%).가정의학과(58.7%) 등은 개업대비 폐업률이 50%대로 1개 의원이 문을 닫아도 약 2개가 새로 생길 정도로 개업이 활발했다.
[이병문 의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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