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人 직장忍] 서러운 구직자들 "나이 많은 게 죄?"
입력 2014-05-26 08:45  | 수정 2014-05-26 10:40

올해로 스물아홉살이 된 이지혜(가명)씨는 취업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면접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뒤 아직도 합격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 졸업에 평균 이상의 학점과 영어점수를 갖추고도 거듭 취업에 실패하자 이씨는 '나이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면접에서 "여자치고는 나이가 꽤 많네요"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이 뇌리에 남아서다.
◆ "나이 많은 게 죄인가요?"
취업 실패로 재수, 삼수하는 구직자들이 많아지면서 신입사원 지원자의 연령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해외 어학연수나 봉사활동, 취업 준비를 위한 졸업 연기 등으로 재학 기간이 늘어난 것도 '고령' 신입사원을 양산하는 요인이다.
이씨는 삼수로 대학에 입학한 뒤 해외 연수 1년, 보험 계리사 자격증 준비 2년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나이를 훌쩍 먹었다. 남들보다 늦어진 취업 준비에 서류 합격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면접까지 간 회사에서는 "졸업 후에 뭐했느냐"는 질문에 말문이 턱턱 막혔다. 나이가 문제라고 생각하자 자신감은 더 떨어졌다. 일찍 취업한 친구들이 벌써 3년차 직장인이 되는 걸 보면서 초조함은 더해가고 있다.
이씨는 "가장 억울한 점은 면접관들이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능력하게 보는 것"이라며 "몇 번의 취업 실패로 나이를 먹었지만 그게 꼭 내 탓만은 아니지 않느냐"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나이가 많다보니 사실 서류 합격률이 저조해 능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다"며 "나이 많은 게 죄인가요?"라고 반문했다.
대기업에 들어가려다 보니 입사가 늦어진 사례도 있다.
올해 서른인 김지욱(가명)씨는 이른 나이에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높은 근무 강도에 비해 탐탁치 않은 보수에 1년 만에 회사를 나와 다시 신입사원 입사를 준비 중이다. 주위에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친구들을 보며 연봉 격차를 좁히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일은 어디든 힘든 데 연봉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앞으로도 연봉 격차가 늘면 늘었지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늦더라도 재취업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년제 대졸 기준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연봉은 3707만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2580만원으로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 기업 절반 이상 "나이 많은 신입 부담스러워"
취업 연령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나이 많은 신입들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한 중견기업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어린 선배들과 잘 지내지 못할까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솔직히 대학 졸업 후 공백 기간이 많았다는 건 자질의 문제로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9%가 나이많은 신입사원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나이 많은 신입사원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로는 '기존 직원들이 불편해해서'(54.8%,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밖에 '사내 위계질서가 흔들릴 것 같아서'(40.3%), '연봉 등 눈높이가 높을 것 같아서'(29.4%), '자기주관이 너무 강한 경력자들이 많아서'(25.5%), '취업이 늦은 문제사유가 있을 것 같아서'(18.5%), '어린 입사동기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14.8%) 등의 이유를 꼽았다.
기업이 생각하는 신입사원 적정 연령은 남성 평균 28세, 여성 26세였다.
반면 '나이가 많다'는 기준은 4년제 대졸 기준 남성 32세, 여성 30세로 집계됐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63.6%는 많은 나이 때문에 다른 조건에 관계없이 지원자를 탈락시킨 경험이 있었다.
신입사원 입사 연령이 점점 상승하는 데 대해서도 주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나이 많은 신입사원으로 인해 '서열, 호칭문제로 인한 갈등 유발'(44.1%, 복수응답)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신입사원의 조기 이직 증가'(25%),'능력 중심의 조직문화 정착'(17.5%), '개인주의적 조직 분위기 확산'(17.2%) 등의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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