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銀 사외이사, 긴급이사회 소집
입력 2014-05-21 17:40  | 수정 2014-05-21 23:59
KB금융그룹 지휘부의 내부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1일 직접 나서 '지주회장과 은행장 사이의 갈등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갈등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은행 사외이사들이 23일 감사위원회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면서 이건호 행장-정병기 감사와 은행 이사회 간 충돌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임 회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은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간 문제지, 지주회장과 행장 간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장이 현명하게 이사회와 협의해서 잘 해결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회장은 또한 "이사회 의결이 정해지면 존중돼야 하고 은행을 책임지는 집행기구 최고책임자인 CEO는 이사회 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이사회에 힘을 실었다.
반면 이 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문제를 금융감독원에 제기한 것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감독당국에 보고서가 올라가면 문제가 제기될 만한 부분이 발견돼 이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지주와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 은행장으로서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은행이 이사회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이 행장은 감사 문제를 계속 문제 삼을 것임을 밝히면서 지주와 은행 간 갈등은 평행선을 달렸다.
나아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감사위원회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병기 감사와 사외이사 간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우선 감사가 문제를 제기했던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및 선정 과정에 대한 재심의가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병기 감사가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직접 요청한 사안에 대한 적정성 여부와 함께 정 감사 책임론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이사회의 주축인 사외이사들의 배임 여부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사외이사들은 매우 격앙된 상태다. 다만 정 감사에 대한 해임안은 안건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감사는 지난 16일과 19일 국민은행 감사위원회와 이사회가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자체 감사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자 금감원에 이를 검사해달라고 보고했다.
현재 국민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 6명, 이건호 행장, 정병기 감사, 박지우 수석부행장, 윤웅원 지주 부사장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전산 교체건에 대해 이 행장과 정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8명 이사들이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내부 갈등으로 인해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 체제로 전환하려던 작업 자체가 표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3시 마감한 유닉스 체제 사업자 선정 입찰에선 SK C&C가 단독으로 입찰제안서(RFP)를 제출했다. 오라클, HP, LG CNS 등 다른 사업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지자 입찰을 아예 포기했다.
국민은행에서 전산 교체 건과 관련한 이사회 결정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비롯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만큼 예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도 다른 사업자들이 불가피하게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SK C&C를 선정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결국 유닉스 체제로 전환되지 않으면 국민은행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
[송성훈 기자 /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