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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의 월드컵 경쟁력은 ‘수비’다
입력 2014-05-21 06:01 
한국은 역대 월드컵 본선 28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만 무실점을 기록했다. 원정 월드컵으로 범위를 좀 더 좁히면 확률 9.5%(21경기 중 2경기)로 뚝 떨어진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일 옛 스승을 만나, 역대 월드컵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로서 4번(1990년·1994년·1998년·2002년), 코치로서 1번(2006년) 등 총 5번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그러나 선수,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서 경험은 또 다르다. 홍명보 감독이 몰랐던 감독의 고충과 그에 따른 교훈을 새겨들을 수 있는 장이었다.
다들 장도에 오르는 홍명보 감독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그리고 잘 해낼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여러 말 가운데는 ‘뼈도 있었다. 수비 강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당연하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수비는 홍명보 감독이 남은 기간 동안 집중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나아가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나타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28경기를 치렀다. 그 가운데 무실점 경기는 딱 5번이었다. 홈 이점을 안고 있었던 2002 한일월드컵을 제외할 경우, 원정 월드컵 21경기 가운데 2번에 불과했다. 확률적으로 9.5%에 그쳤다.
1994 브라질월드컵의 볼리비아전(0-0 무)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의 그리스전(2-0 승)을 제외하고 한국 골문에 골이 들어가는 건 매우 익숙한 광경이었다. 월드컵 본선 1경기에서 90분 동안 1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쉬운 미션이 아니었다.
물론, 매번 수비가 엉성하고 허술했던 건 아니다. 세계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주지 않아도 될 실점을 하면서 그르친 경기도 적지 않았다. 역대 월드컵대표팀 감독들이 하나같이 수비를 견고히 하라고 강조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홍명보 감독 부임 아래 한국은 14번의 A매치에서 17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1골이 넘는 수치다.
점점 무실점 경기도 없다. 지난 3월 그리스전에서 2-0으로 이겼지만 김정남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의 지적대로 그리스의 슈팅이 골포스트와 크로스바를 세 차례나 맞는 ‘행운이 따랐다. 운이 좋았던 무실점이었다.
홍명보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여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 경쟁력으로 수비를 꼽았다. 실점하지 않으면 적어도 패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공격에 비해 보다 빠른 시일 안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홍명보 감독은 21일부터 본격적인 본선 진부에 들어간다. 전술 훈련과 함께 주전 경쟁도 펼쳐진다. 공격, 미드필드와 다르게 수비는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포지션이다. 대략 경쟁 구도가 잡혀있는 반면, 수비는 제로섬 싸움이다.
중앙 수비는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로 윤곽이 잡혔지만, 측면 수비는 그렇지 않다.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이용(울산),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등 측면 수비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누구 하나 앞선다고 자신할 수 없다. 더욱이 수비 자원들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대부분 합류가 늦었다.
수비는 어느 포지션보다 조직력이 중요시 된다. 그리고 오랜 호흡 아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물샐 틈 없이 잘 돌아간다.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가장 경쟁력 있는 게 수비라고 했다. 그러나 뒤집어서 수비가 단단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16강 진출도 어렵다. 역대 월드컵을 살펴봐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21일부터 펼쳐질 본격 훈련에서 홍명보 감독의 수비 조련을 눈 여겨 봐야 할 이유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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