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가 사상 처음으로 입주사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대피훈련을 실시했으나 세월호 참사를 보고도 곳곳에서 안전불감증을 발견할 수 있었다.
13일 13일 오전 11시 정각, 서울 삼성동 코엑스 트레이드타워와 아셈타워 전층에 사이렌이 울렸다. 처음 이뤄진 대피훈련을 위해 화재발생이 선언된 중앙관제센터에는 비상등이 급히 점멸했고, 중앙관제·전기·통신·방재 등 각 부서 담당자들은 앞다퉈 전화를 걸어 건물 각 층에 대피안내요원을 배치했다.
처음으로 건물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 거주자들은 상황 발생 3분째에 나왔다.
거주자들은 손수건이나 휴지로 입과 코를 막은 채 막탄으로 피운 노랗고 하얀 연기를 뚫고 정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발생 5분째인 오전 11시 5분까지 대피를 완료한 트레이드타워 거주자는 2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6분께 50여명이 우르르 나왔지만 이후 흐름이 정체돼 11시 10분까지 나온 인원은 346여명에 그쳤다.
대피 인원은 11시 15분까지 525명이었고, 11시 20분에는 800명이 됐다.
11시 24분께 한덕수 한국무역협회회장 등이 나오면서 사실상 대피가 종료될 때까지 트레이드타워 정문을 나선 거주자는 850명을 넘지 못했다.
54층 건물인 트레이드타워에는 현재 160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주간에는 4000명 가량이 거주한다. 대피훈련에 참여한 인원이 5명 중 1명에 불과했던 셈이다.
실제 건물 곳곳에서는 안전불감증의 흔적이 발견됐다.
승강기가 정지되면서 비상계단을 통해 1층까지 내려가야 할 상황이 되자 고층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정말로 내려가야 하냐"고 반문했고, 일부 직원은 이를 피하려고 아예 오전 11시 이전에 건물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방법으로 훈련을 외면해 버렸다.
건물 양측에 하나씩 설치된 비상계단 자체도 문제가 많았다.
폭이 1.2m 남짓으로 비좁고 나선형으로 꼬여 있는데다 바닥마저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이날 대피훈련에 참여한 인원이 전체의 25%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부분은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병목 현상 등으로 제때 탈출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이 건물 46층에서는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아 4분여간 대피가 지연되기도 했다.
문제는 코엑스의 재난대응 시스템이 국내 고층건물 중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국제회의도 자주 열리고 대통령이 오는 경우도 잦은 만큼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던 공언이 무색해졌다.
코엑스 측은 "이번 훈련을 통해 밝혀진 부족한 부분을 자발적으로 메우고 시스템을 최대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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