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거짓말쟁이다."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
"무슨 소리냐. 당신은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전미국 재무장관)
12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팔리기 시작한 티모시 가이트너 전미국 재무장관의 회고록 '스트레스테스트-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생각"에 담긴 내용을 놓고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가이트너 전재무장관이 회고록에서 기술한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과의 대화가 거짓말쟁이 논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2012년 미국 대선 캠페인이 한창일때 당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수석경제자문역할을 맡고 있던 허버드 원장이 뉴욕경제클럽 만찬장에서 조우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두사람은 재정적자 감축과 부자증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허버드 원장은 가이트너 장관에게 연방정부 부채.재정적자 감축 로드맵을 담은 심슨 보울스 위원회의 재정적자감축안을 오바마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데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가이트너 장관은 공화당이 부자증세에 동의하면 오바마 행정부도 심슨 보울스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자 허버드 교수는 "물론 우리는 증세를 해야 한다. 단지 지금 증세를 이야기할 수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순간 가이트너 장관은 귀를 의심했다. 당시 공화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부유층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부자증세를 결사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가이트너 전장관이 회고록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허버드 원장이 가이트너가 회고록에서 밝힌 이같은 대화를 한적이 결코 없다고 발끈한것. 지난 11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허버드 원장은 "가이트너가 그냥 자기가 원하는대로 말하려고 한다"며 "그런데 그의 말이 바로 거짓말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버드 원장은 "부자증세에 동의했다는 것은 가이트너가 그냥 만들어낸 말로 단순히 사실이 아니다"며 가이트너를 거짓말쟁이로 몰고 갔다. 가이트너 전장관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가이트너 전장관 대변인은 12일 오전 언론에 뿌린 이메일을 통해 "허버드 원장과의 대화 내용에 대한 가이트너 전장관의 기억은 아주 또렷하다"며 "회고록에 쓴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고수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에 따라 한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게 시장의 진단이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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