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로 잘 알려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식음료 사업부문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했다. 그룹의 체질개선을 위한 결정으로 중공업 중심의 사업에 더욱 역점을 둘 계획이다.
두산의 자회사 DIP홀딩스는 지난 8일 치킨 패스트푸트 업체 KFC를 유럽계 사모펀드인 시티벤처캐피탈(CVC)에 1000억원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방식은 자회사 DIP홀딩스가 보유한 KFC 운영업체 SRS코리아 지분 100%를 CVC에 넘기는 것이다.
SRS코리아는 지난 2004년말 두산에서 햄버거 체인인 버거킹과 KFC등 외식 사업 부문을 하기 위해 세운 회사다.
두산은 오는 6월까지 매각 작업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로써 두산은 그 동안 버거킹을 비롯해 코카콜라, 종가집(김치), OB맥주(맥주), 처음처럼(소주) 등 식음료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두산이 식음료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한 것은 외환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한국네슬레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97년 음료사업부를 미국 코크사에 판데 이어 2001년 주력사업이던 OB맥주를 벨기에 인베브사에 차례로 매각했다.
2006년에는 포장김치 시장 업계 1위던 종가집 사업 부문을 대상에, 2009년에는 주류사업부문을 롯데칠성에 각각 팔았다. 가장 최근에는 버거킹 사업 부문을 보고펀드에 1100억원을 받고 정리했다.
두산은 식음료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중공업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미쓰이밥콕, 밥캣, 스코다파워, 엔퓨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사업구조 재편은 창업 100주년을 맞은 1995년 식음료 등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그룹을 바꾸겠다고 선포한 이후 꾸준히 이뤄졌다. 당시 두산그룹 기획조정 실장이었던 박용만 회장은 사업구조 재편의 밑그림을 그렸고 20여년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두산그룹 내에는아직 오리콤(광고), 두산동아(출판), 두산캐피탈(금융), 두산베어스(프로야구단), 두산타워(쇼핑몰) 등 비중공업 계열사가 남아있다. 하지만 일단 주력 사업이었던 식음료 부문에서 중공업 부문으로 체질 개선을 하는데 성공, 구조조정은 일단락 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산그룹은 이번 KFC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의 활용처를 두고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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