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0대 가죽 전문가, 8년간 `한땀한땀` 여성용 백 만들어
입력 2014-05-07 16:18 

7~8년 전에 구매한 제품이 아직도 그 매장에서 그대로 판매되고 있다면 어떨까요? 내 안목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느끼지 않을까요. 저희 리진의 제품들이 그렇습니다. 품질은 물론이고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디자인을 선보이기 때문에 몇 년째 판매되고 있는 것들이 많아요. 오랜 시간 리진과 인연을 맺으면서 재구매 해주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 품질을 고르게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최양희(34) 대표는 2006년부터 여성 퀼팅백 전문몰 ‘리진을 오픈해 8년째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여사장이다.

최 대표는 오직 제품의 품질로 고객들과 신뢰를 구축해 왔다고 자신했다. 리진에서는 소, 양, 타조, 악어, 염소, 버팔로, 장어 가죽 등 다양한 종류의 천연 및 인조가죽 가방을 선보인다.

최 대표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심플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선호한다. 타조, 장어 가죽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특수피혁을 제외한 모든 가죽은 100% 국내 공장에서 30~4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에 의해 선별되고 제작된다는 설명이다. 80%를 차지하는 퀼팅백의 경우 기계로 누비는 퀼팅을 제외한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딱 한 군데 공장하고만 거래해요. 천연 가죽이라고 전부 질이 같은 게 아니거든요. 오래 거래하다 보니 품질이 뛰어난 가죽이 들어오면 일부러 챙겨주기도 하시고, 수작업 하시는 분들도 모두 오래 하시다 보니 저희 제품은 알아서 잘 만들어 주세요. 체인에 가죽을 넣는 것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해요. 보통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죠.”

리진의 제품들이 나오기까지는 공정도 물론이지만 검수 단계에서도 매우 까다롭다. ‘팔아놓고 미안한 제품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품 단가는 꽤 높은 편이지만 품질력으로 승부해 20대부터 40대 이상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고. 지난해 새롭게 리뉴얼을 마친 모바일몰을 통한 구매도 꾸준히 늘어 현재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카페24 해외 비즈니스 서비스를 이용해 일문몰을 오픈했다. 일본에서는 특수 피혁이 발달되어 있으며 소비도 많아서다.

리진의 경쟁력은 규모의 확장에 집착하지 않고 매년 꾸준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일본 진출을 결정하기까지는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당장의 성과보다는 향후 3~4년 뒤를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서둘지 않고 한단계 한단계 발전해 나가는 리진이 되겠습니다.”

<미니 인터뷰>

▲ 가죽 선택과 제품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무엇보다 ‘오래 판매 가능한지를 염두에 두고 꼼꼼하게 살펴본다. 오래 판매하려면 가죽의 질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이나 공법도 중요하다.

리진에는 5년 이상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다수 있다. 때에 따라 색상을 추가하는 정도다. 그렇다 보니 항상 내 가방이 신제품 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장식 교체 등 AS도 가능하기 때문에 단골 고객이 늘고 있다.

▲ 사이트에 가죽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 있다.


가죽 분야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잘 알기가 어려운 분야다. 몇 년째 운영하고 있는 나 스스로도 계속 공부를 해 나가고 있을 정도다.

고객들이 단순히 예쁜 디자인이나 색을 보고 가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죽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 또 가죽을 이해하는 과정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가방 덮개의 안쪽까지 가죽이라고 했는데, 이런 가방은 어떤 점에서 좋은가.

보통 겉은 가죽이라고 해도 덮개 안쪽은 가죽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가죽으로 할 경우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안감에 가죽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가방의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죽이 아닐 경우 수명은 짧아진다고 보면 된다. 덮개의 안쪽은 안의 내용물이나 사용자의 손에 의해 긁힘이나 마모가 많은 곳이다. 가방을 오래 쓰려면 이런 부분까지도 품질이 좋은 가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주문 생산이나 맞춤 제작 수요도 많은가.

그렇다. 주문생산 제품들은 가죽의 유무가 관건이다. 구매하고 싶어도 가죽이 없으면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어 가죽처럼 시즌에만 나오는 가죽들이 대부분이다. 워낙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맞춤 제작은 말 그대로 가죽, 색상, 로고 등을 원하는 대로 제작하는 것이다. 이니셜을 새길 수도 있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을 위한 가방을 만들 수 있다. 제작 기간만 한달 정도 소요된다.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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