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멜로디를 따라 흐르는 벅찬 감동,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담은 음악들
입력 2014-05-07 09:32  | 수정 2014-05-07 17:4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인턴기자] 선화공주를 얻은 백제 무왕에겐 서동요가 있었다. 이순신의 명량대첩에는 강강술래가 있었다.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것은 김치요, 잔칫상에 예외없이 오르는 것은 술이다.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이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도 생생한 감정을 전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실시간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거의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송스루(song through) 방식을 이용했다. 뮤지컬 영화 최초의 시도였다고 하니 ‘음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반면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긴박한 생동감을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황태승 작곡가가 참여해 새로운 곡들로 채웠다. 기존에는 번안곡만이 사용됐지만 이번에는 가요풍의 멜로디로 구성된 익숙한 노래를 접할 수 있다.
음악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노래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레미제라블에 삽입된 음악들은 비참함, 희생, 사랑, 용서, 혁명과 죽음 등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작곡가 황태승은 뮤지컬 곡들이 왜 대중에게 외면 받는지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의 스타일을 벗어나 가요 멜로디 위주로 작업했다. 아름다움, 슬픔, 기쁨, 분노를 가사와 연기만이 아닌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오프닝, 민중이 신음하던 ‘침묵의 시대
‘레미제라블은 우리를 1795년 혁명기의 프랑스 파리로 이끈다. 가난에 신음하며 희망을 잃은 사람들, 그 속에 장발장이 있다. 그는 빵 하나를 훔친 대가로 5년의 감옥생활을 했다. 하지만 네 번의 탈옥으로 형이 늘어나 19년을 견뎠다. 이런 장발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빈곤층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오프닝은 감옥 속 죄수들과 장발장, 자베르의 웅장한 화음이 울려 퍼지며 시작된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한순간에 모든 이들의 숨을 멎게 만든다. 관객들은 가난이 죄가 되고 정의는 죽은, 날카로운 법의 심판”만이 존재하는 시대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라는 가사는 앞으로 펼쳐질 장발장과 자베르의 대립을 상징한다.
영화나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Look Down이라는 곡이 극의 시작을 알렸다.

# 주여 용서하소서, ‘회개하는 장발장
가석방으로 자유를 맞이한 장발장. 그는 여전히 춥고 배고픈 현실에 절망한다.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 준 밀르에르 신부의 집에서 은식기를 훔쳐 범죄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밀르에르 신부는 그를 형제라 부르며 모든 걸 용서한다. 이에 장발장은 진심으로 회개하게 된다.
주여 용서하소서”라며 시작되는 장발장의 독무대 ‘회개하는 장발장은 듣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그의 사랑이 비수처럼 심장에 파고들어 괴물된 나를 사람으로 만들었네”라고 절규하는 듯한 하이라이트 부분은 슬프면서도 회개의 순간을 짜릿하고 환상적으로 표현해 전율을 일으킨다.
영화나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Valjean's Soliloquy(장발장의 독백)이라는 곡으로 장발장의 내적 갈등을 표현했다.

# ‘하찮은 인생 하지만 ‘나의 사랑 코제트를 위해
판틴은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가난한 하층민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녀가 영원한 사랑이라 믿었던 남자는 아이만 남겨두고 떠나 버렸다. 가난 때문에 아이조차 남에게 맡겨야 했던 판틴. 그녀는 헤어날 수 없는 빚의 굴레에서 허덕인다. 티끌만큼 적은 돈을 받으며 일하던 공장에서도 쫒겨난 판틴은 사창가에서 몸을 팔고, 심지어 머리카락을 팔아 돈을 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네”라는 그녀의 대사는 뼛속깊이 사무친 가난에 대한 원망을 대변한다. 유일한 삶의 이유 코제트”를 위해 살아가던 그녀의 허약한 몸은 결국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다. ‘하찮은 인생 하지만 ‘나의 사랑 코제트를 위해 발버둥치는 판틴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눈물을 훔친다.
영화나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I Dreamed A Dream이 모든 이의 마음을 울렸다.

# 코제트와 마리우스 ‘구름 속의 산책, 바라만 보는 에포닌의 ‘나의 눈 속엔
어쩌면 극중 가장 밝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부분이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표현하는 대목일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첫 눈에 반해 서로를 그리워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언젠가는 싹이 돋아나듯이, 두 사람의 만남은 비극적인 삶의 연속인 세상에서도 순수한 사랑이 싹 틀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곧 희망의 메시지다.
그대의 아름다운 향기 바람에 날려 내 마음을 푸르르게 하나요”라는 가사는 어둡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극에서 잠깐의 따스한 휴식을 제공한다. 피아노 선율을 타고 흐르는, 가슴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가사들은 관객들이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구름 속의 산책이라는 제목 그대로 마치 하늘 위를 걷는 것 같은 신비로운 사랑의 감정이다.
이런 두 사람을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여인이 있으니, 바로 에포닌이다. 그녀는 마리우스의 혁명 동지이자 그를 대신해 총을 맞고 죽는 비운의 인물. 마리우스를 향한 그녀의 마음은 때로는 나 당신의 꽃이 되고 싶었어”라는 가사로 잘 묻어난다. 끝내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한 남자의 꽃이 되기보다 혁명의 꽃이 되는 삶을 살겠다”는 그녀의 독백은 안타까움을 자아냄과 동시에 뜨거운 의지에 감복하게 만든다.
세 사람의 가슴 저미는 사랑은 이전 작품에서 ‘In my life ‘A Heart Full of Love로 표현됐다. 마리우를 향한 에포닌의 마음은 ‘On My Own이라는 노래로 드러나 모두를 감동시켰다.

# ‘자베르의 최후 그의 원칙은 무너져 버릴 것인가
장발장이 가는 곳엔 항상 자베르가 있다. 죄수번호 24601을 잊지 못하는 남자, 확고한 원칙과 소신으로 똘똘 뭉친 인물, 자베르는 자비를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강직한 그의 성품을 뿌리째 뒤흔드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장발장이다. 장발장은 혁명군에 몰래 잠입했다 적발돼 죽음을 눈앞에 둔 자베르의 목숨을 구해준다.
자신을 늘 괴롭히던 사람을 용서해주는 장발장 앞에서 그는 내 원칙과 소신이 틀렸단 말인가”라고 자책하며 혼란에 빠진다. 원칙을 버리고 장발장에게 구원 받을 것인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소신을 지킬 것인가. 갈등하던 그는 나는 틀리지 않았어. 내 영혼을 너에게 구원받지 않겠어”라고 결심하며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만다.
영화나 라이선스 뮤지컬에서는 ‘Javert's Suicide라는 곡이 고뇌하는 자베르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 마침내 찾아온 ‘영광의 아침
정부군의 무력 진압에 죽음으로 맞선 청년들. 그들의 혈투는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히 값진 것이었다.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싸우며 자유를 갈망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 먼 이국땅 프랑스만의 이야기겠는가.
엔딩은 함께 혁명의 역군으로 활약한 청년들의 목소리로 가득찬다. 묵직한 위엄과 뜨거운 열정이 조화를 이룬 그들의 목소리는 다시금 뮤지컬의 참뜻을 되새기게 한다. 젊은이여 눈물을 닦아요 민중이여 고개를 들어요”라는 가사는 희망의 메시지다. 젊은 피로 혼돈의 시대에 죄를 씻었네”라고 외치는 장발장의 목소리는 평화의 상징이다. 하나로 뭉친 모두의 힘이 ‘영광의 아침을 밝힌 것이다.
민중의 힘찬 함성은 이전 작품들에서 ‘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 담겨 혁명의 메시지를 전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