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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의 현장고발] ‘주부사원 모집’ 전단, 알고보니 또 기획부동산
입력 2014-05-02 14:39 
[전주대학교 김홍진 객원교수]
토지를 사기로 분양해 폭리를 취하는 기획부동산이 최근 몇 년간 새로운 영업방식으로 일반인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조직의 형태와 영업방식을 계속 바꾸면서 사기 수법도 교묘해지고, 새로운 유형의 사기 수법까지 발굴 및 구사(?)하고 있는 것.
새로운 유형의 사기형태로는 다단계 판매 수법, 지분 등기 방식의 토지 판매 수법, 소유권도 없이 토지를 판매하는 수법, 도심지역의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실수요자에게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수법 등 다양한 방법들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연재에서는 주부사원을 모집한다는 전단으로 사기를 친 케이스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2013년 5월 수도권 일대에 전문 판매조직을 구축한 뒤, 고령의 부녀자들만 골라 사기행각을 벌여온 기획부동산업체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높은 급여와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하면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고용한 후, 이들에게 토지를 구입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소개하도록 하는 다단계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주로 서울, 광명, 성남, 수원, 용인, 일산 등 수도권 일대에 14개의 기획부동산 사무실과 교육장을 차려놓고 이천, 화성, 평창, 서산 등 개발가능성이 전혀 없는 맹지 29만 평방미터(8만8000여평)를 사들였다.
그 뒤에 해당 토지들 모두 ‘강원 평창올림픽 수혜지다, ‘물류단지가 생긴다, ‘IC가 생긴다, ‘전철역이 들어온다, ‘테마파크로 조성된다는 등 마치 개발호재가 있는 것처럼 속여 2011년부터 2013년 4월까지 피해자 2177명으로부터 67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기본급 120만원에 인센티브제공과 자녀학자금 지원, 고령자도 지원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주부사원을 채용한다는 모집 광고를 냈다. 광고를 보고 지원한 사람들 중 60~70대 고령의 지원자만 선택해 입사지원서에 기재된 내용을 분석, 가정형편이나 대출가능 여부를 파악했다.
이 과정까지 거쳐 토지를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다시 추려낸 뒤 면접을 진행, 땅을 사면 정직원으로 채용하겠다”면서 전용산지이거나 개발제한구역에 묶여있어 재산권 행사조차 어려운 땅들을 시세보다 10배~15배 이상 비싼 값에 팔아넘겼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까운 지인을 소개해 토지를 사게 하면 일정액을 수당으로 지급하겠다며 일명 ‘다단계 영업 방식으로 2차, 3차 피해자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급여 일자에 맞춰 월급을 지불했기 때문에 직원으로 채용된 이들은 전혀 의심없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 회사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덕분에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자신들이 10배~15배를 더 주고 매입한 땅값의 일부를 급여로 받은 줄 몰랐던 것. 결국 자신의 돈으로 자신에게 봉급을 준 셈이었다.
‘고용→토지매입→소개로 이어지는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부동산 정보에 어두운 여성들, 그중에서도 특히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이 수법처럼 기획부동산들은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자리 중에서 고수익을 보장하면서 땅을 사면 정직원으로 채용하겠다하는 것은 사기라는 것을 국민들 모두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특히, 고령의 부녀자분들은 더욱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자문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김홍진 박사 / 정리 이미연 기자]
[참고 : 김홍진 박사는 현재 애니랜드개발의 대표이며, 전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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