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넘버3의 반란] `강자는 없다` 정유업계 1%p에 엎치락 뒤치락
입력 2014-05-02 10:06  | 수정 2014-05-13 16:39

'운전 하는 당신 어떤 브랜드 주유소로 가시나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알뜰주유소 등 선택의 폭은 넓다. 하지만 운전자들 상당수는 즐겨찾는 주유소가 따로 있다.
내가 즐겨 다니는 지역에서 '가장 싼 주유소인가'와 내가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 등으로 '추가 할인'이 되는지 여부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사실상 없다는 말이다.
여행용 휴지나 생수, 음료수를 하나 더 준다고 주야장천(晝夜長川) 한 주유소만 다니던 시대는 끝났다. 판매가격이 경쟁력이 된 시대다.
◆ 품질 차별성은 없는 셈…선발·후발 차이만 존재
소비자의 변화는 내수시장 점유율에서도 드러난다. 한 때 점유율 50%를 넘어섰던 SK에너지는 올해 1월 기준 20%대 중·후반까지 내려왔고 10%대 초반 점유율을 기록하던 곳들은 되려 20%대로 성장했거나 20%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내수시장 점유율 41.5%를 차지했던 SK에너지는 매년 1~2%p씩 점유율이 줄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2010년 기준 33.3%까지 점유율이 올랐다가 다시 감소 추세에 있다.
또한 SK에너지 사업보고서상 내수 판매 점유율(2013년 12월 기준)에서도 SK에너지 27.7%, GS칼텍스 25.0%, 에쓰오일 15.4%, 현대오일뱅크 14.1%다.
대한석유협회 통계에선 차이가 더 줄어든다. 올해 1월 기준 내수 점유율은 SK에너지 28.4%, 현대오일뱅크 24.3%, GS칼텍스 23.6%, 에쓰오일 18.9%로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1위와 3위간 차이가 4~5%p 수준인 셈이다.
성하혁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국내 정유시장의 경우 제품 특성상 품질에 차별성이 없어 대체로 정유사의 정제시설 및 주유소 보유 규모에 따른 국내시장 점유율이 유지되고 있다"며 "시장이 성숙된 상황이며 진입장벽도 높아 기존 과점체제에 큰 변동이 없는 상태이나 근소하게 나마 후발사와 선발사 간의 점유율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격적 투자로 3위 기업들 2위 자리 노려
이 같은 변화는 각 사별 투자 전략 차이 때문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수익성이 악화된 주유소를 정리하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3년 사이 1000개가 넘는 주유소가 문을 닫은 가운데 SK에너지는 2년 새 9.3%가 줄었고, GS칼텍스는 15%가 감소했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시행 2년 만에 1030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이 알뜰주유소에 석유를 공급하면서 내수 점유율을 높였다.
또한 에쓰오일은 무려 8조원대에 이르는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했다. 에쓰오일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매입한 울산 석유비축기지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한다.
에쓰오일의 투자가 마무리되면 고도화시설 처리 규모가 현재의 1.5배 수준인 21만8000배럴로 늘어난다. 이는 고도화시설 면에서 업계 1위인 GS칼텍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도 현대코스모의 제2 BTX 공장 증설 완료 및 신규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구조 다각화 수준을 개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여 나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공장 증설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 생산능력을 연산 50만 톤에서 150만 톤까지 3배 확대했다.
◆ 오일뱅크의 공격적 투자 전략…자금조달은 우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울산에 오일터미널을 지은 데 이어 올해는 충남 대산에 롯데케미칼과 100만 톤 규모의 혼합자일렌 공장을 짓고 있다. 오일터미널의 경우 국내 정유업계 최초의 상업용 유류저장 시설로 5만 재화중량톤(DWT)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총 28만㎘의 석유제품을 수용할 수 있는 35기의 저유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또 세계적 정유업체인 쉘과 함께 하루 2만 배럴의 윤활기유(윤활유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짓는다. 선발 업체들의 전유물이던 윤활기유 분야를 오일뱅크가 상업 가동한다면 4사 경쟁 체제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일일 2만 배럴 처리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통해 생산하는 윤활기유 제품 대부분을 쉘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최대 소비국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 연간 1조원 내외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도 현대오일뱅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현대케미칼은 총 1조2000억 원을 투입, 콘덴세이트 정제 및 혼합자일렌(MX) 제조공장을 대산공장 부지에 건립한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자금조달 여부는 우려되는 부분.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012년 IPO를 연기한데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1년 5947억원에서 2012년 3084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4033억원으로 개선됐으나 아직 완전한 회복 상태가 아니라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자금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초 2000억 규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했다.
성하혁 애널리스트는 "최근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합작 법인 등을 통한 사업다각화 개선 노력을 하고 려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012년 IPO를 연기했으나 언제든지 추진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로 인해 신규자금이 유입될 경우, 이는 신용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