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人 직장忍] 대기업 다니는 A씨, 통장 찍히는 금액은 예상보다…
입력 2014-04-29 08:53 

대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높은 연봉 등 여타 기업보다 월등히 나은 처우다. 신입사원 초봉이 평균 3000만원 이상이며 성과금 등 보너스를 합치면 4000만원이 넘어가는 대기업도 여러 곳이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 계열사 직원들은 이름만 대기업일 뿐 그룹 내 처우 차이가 커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기도 한다.
◆ 은행 대출 창구 직원 "생각보다 회사가 짜네요"
A씨는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번듯한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얼마전에 대출을 받기위해 은행에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다 얼굴이 벌개지는 상황을 겪었다. 화려한 직장명에 비해 낮은 연봉 때문에 대출 한도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은행원이 농담으로 '회사가 생각보다 짜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고요. 그룹 안 연봉 차이가 큰 것 같다는 말투에 민망했지만… 그래도 어쩌나요. 다들 이렇게 사는 거죠."
A씨는 계열사간 처우 차이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자면 전자, 통신이면 통신. 각 그룹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업들과 그외 계열사들의 연봉 차이로 인해 자기처럼 '무늬만 대기업' 직장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같은 그룹 내에서 열심히 일해도 성과급이 2배 차이가 날 때도 있어 '상대적 박탈감'이 A씨를 힘들게 한다.
그는 "성과가 큰 회사가 많은 대가를 받는 것은 맞다"면서도 "차이가 드러날 때마다 직원들의 어깨가 축 처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대학 동창들과 만나 '부부가 같이 대기업에 다니면서 맞벌이를 하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연봉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턱 없이 낮아 "저축은 커녕 전세 대출금 이자에도 헉헉대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제는 입이 아프다.
◆ 누구는 '자율출근제' 우리는 야근 권장?
B씨는 "그룹 안에서 계열사별 실적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연봉뿐만 아니라 근무여건과 분위기도 차이가 난다"고 한탄했다.

B씨가 다니는 그룹의 한 계열사는 지난해 좋은 실적을 달성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8시간 자율출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아쉬운 실적을 내놓은 그의 회사는 근무집중제를 실시, 권장 출퇴근 제도까지 생기면서 출근 시간은 예전보다 1시간 가량 앞당졌다. 물론 야근도 점점 늘어 1주일에 2~3일은 귀가 시간이 12시에 가깝다.

C씨는 "옆동네에서는 하루 8시간 근무 조건만 충족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근무 시간이 하루 13시간에 달할 때도 있어 숨이 갑갑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같은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극과 극인 근무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내 곳곳에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우리가 일을 안하는 것도 아닌데 과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 "바늘 구멍 입사, 찬밥 더운밥 가릴 때 아니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B씨는 계열사 간 연봉·처우 차이가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냐고 묻자 '간접적인' 기준이라고 답했다. 연봉이 낮은 기업들이 입사 경쟁률도 낮기 때문에 원서를 접수할 때 우선 고려한다는 소리다.
"입사 원서를 접수할 때는 한 그룹당 한 기업에만 넣어야해요. 그래서 오히려 처우가 좀 떨어지는 기업들만 노리는 친구들도 있어요. 연봉이 조금 낮으면 경쟁률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겠거니 하는 마음이죠. 그래서 입사 원서 시즌만 되면 온라인 취업 카페에서 '눈치 작전'이 장난이 아니에요."
B씨는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첫해 유통업 집중하는 회사의 주력 기업에 원서를 넣었다가 서류전형부터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반년 뒤 그룹의 부가사업인 요식업 직종에 지원했더니 서류 통과는 물론 임원 면접까지 가능했다는 것.
B씨는 "외식업과 관련해서 특별한 경력이나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같은 스펙으로 원서를 넣었으니 결국은 경쟁률이 중요했던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 성과 중시 분위기에 계열사 처우 차이 ↑
성과 중심 제도가 국내 경영 환경에 안착하면서 대기업 계열사 간 처우 차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능력 위주로 보수를 지급하는 분위기가 뚜렷해 임금 중 성과급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부서별, 계열사 별 실적에 따라 실질 보수 수령액 차이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근속 연수에 따라 기본급을 높여주는 호봉제(연공급) 중심으로 임금을 지급했지만 계열사 간의 성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임금을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년 연장 등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선 성과급 위주의 임금 체계를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30년을 근속한 근로자의 임금이 초년생의 3.3배에 달한다는 평가도 있다"며 "정년연장 등을 위해선 호봉제 축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같은 성과금 중심 체계에서 계열사간 처우 차이가 부차적으로 발생했다고 본다"며 "여러 비판도 있지만 앞으로 의견 조율을 통해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