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4% 수익도 굿" 눈높이 낮추는 투자자들
입력 2014-04-28 17:35  | 수정 2014-04-28 23:26
'중수익 상품도 불안하다. 은행예금 금리에 1%포인트만 더 주면 된다.' 박스권 장세의 대안 상품으로 부상했던 롱숏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위험ㆍ중수익 상품마저 시장 부진 장기화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성향이 급격히 보수화되고 기대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금리보다는 높고 기존 중수익 상품보다는 낮은 4%대 수익률을 제공하는 '중저수익 상품'인 환매조건부채권(RP)과 전자단기사채가 주목받는 모습이다. 또 ELS시장에서도 원금 일부를 보장해주는 상품 판매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등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28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들어 총 3500억원어치 RP 상품을 판매했다. 대우증권은 올해 1월부터 신규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주 100억원 규모 특판RP를 판매 중인데 매주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매월 500억원 한도로 판매 중인 매칭RP도 월 평균 약 375억원씩 판매되고 있다. 매칭RP가 대우증권을 통해 투자한 기존 투자금만큼 RP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이 팔린 셈이다.
이달 들어 특판RP를 판매한 동부증권도 이미 170억원어치가 팔리며 100억원이던 월 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RP는 금융사가 국공채, 우량채 등을 담보로 발행해 일정 기간 뒤 다시 매입하는 조건을 붙여 파는 채권이다. 우량 자산이 담보로 잡혀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같은 RP상품 수익률은 3% 중반에서 4% 초반 수준으로 일반적인 중수익 상품보다는 낮고, 2%대인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높다. 이런 중저수익 상품인 RP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은 그만큼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불과 3~4년 전 증권사에서 판매하던 상품은 최소 두 자릿수 수익률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RP 상품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박스권 장세의 대안 상품으로 주목받던 롱숏펀드의 부진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연 7~8% 수익률을 지향하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인 롱숏펀드는 작년부터 인기몰이를 하면서 2013년 한 해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흡수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롱숏펀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수익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은행 예금보다 불과 1%포인트가량 수익률을 더 주는 중저수익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보수화하면서 RP와 비슷한 3~5% 수익률을 제공하는 전자단기사채도 높은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다. 전단채는 지난해 초 처음 발행될 당시 일평균 발행 규모가 600억원을 밑돌았지만, 1년이 채 안된 현재 1조원을 넘어섰다.
중위험ㆍ중수익시장을 주도해 온 ELS 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손실 구간을 줄이고, 원금 보장 기능을 더한 ELS 상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일례로 원금 일부를 보전해주는 ELS 상품 발행액은 올해 들어 2872억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 발행된 액수(2950억원)에 이미 근접했다.
■ <용어설명>
▷환매조건부채권(RP) : 금융사가 국공채, 우량채 등을 담보로 발행해 일정 기간 뒤 다시 매입하는 조건을 붙여 파는 채권. 우량 자산이 담보로 잡혀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전자단기사채 :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종이가 아닌 전자로 발행ㆍ유통하는 금융상품. 기업어음(CP)을 대체하기 위해 작년부터 발행이 시작됐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자단기사채는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상품을 담보로 신용 보강을 거쳐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이 대부분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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