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신용등급 안녕하십니까 下] 고무줄 신용등급 `신뢰성` 회복부터
입력 2014-04-28 14:53 

#30대 직장인 A씨는 작년 4월 한 신용평가회사(신평사)에서 신용등급 조회 후 크게 당황했다. 불과 두 달 전 조회 때 2등급이었는데 4등급으로 강등됐기 때문. 이 기간 오히려 대출을 갚았는데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었던 A씨. 해당 신평사에 따졌고 돌아 온 답변은 갑자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었다는 설명이었다. 냉장고 구입비 120만원을 신용카드 6개월 할부로 산 것이 신용에 독이 된 셈이었다. 냉장고 구입비를 다 갚은 4월 28일 현재까지도 A씨의 신용등급은 4등급 그대로다. 반면 같은 기간 다른 신평사 조회 결과 1등급이 유지되고 있다. 신용등급은 개인금융거래정보 등을 바탕으로 1~10등급으로 평가된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우량 등급이다.
연체도 없고 대출도 갚은 A씨처럼 120만원짜리 냉장고를 신용카드 6개월 할부로 구입했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면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 없을 법하다. 특히 다른 신평사에서 A씨의 신용등급을 1등급으로 평가한 것을 기억하면 더욱 납득이 어려울 것이다. 같은 사람 똑같은 금융거래 내역을 가지고 평가가 크게 엇갈린 셈이다.
신평사들의 고무줄 같은 신용등급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신평사들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지만 종종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신용등급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체 신평사들은 어떤 기준으로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일까?
국내 금융기관들이 신뢰하는 신평사는 크게 두 곳이다. 양대 산맥격으로 불리는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두 곳이다. 이들 신평사는 크게 상환이력정보(연체정보), 현재부채수준(대출금, 신용카드 이용액), 신용거래기간, 신용형태정보(상품별 계좌건수) 등 크게 4가지 기준을 활용해 신용등급을 매긴다.
나이스평가정보는 평가항목 중 연체정보에 대한 반영 비중이 40.3%로 가장 높다. 이어 신용형태정보 25.8%, 부채수준 23.0%, 신용거래기간 10.9% 등의 순으로 가중치를 둔다. 반면 KCB는 부채수준 반영 비중이 35%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연체정보 25%, 신용형태정보 24%, 신용거래기간 16% 등의 순으로 신용평가 시 우선시한다.

신평사 관계자들은 "신평사마다 신용평가에 가중치를 두는 요인별 비중이 달라 등급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연체가 있으나 빚이 적은 경우, 빚이 많으나 연체가 없는 경우 등 동일한 조건의 경우에 대해 각각 신용등급이 다르게 매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평사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신평사 간 평가한 신용등급에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경우나, 기대치만큼 등급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그것이다.
이에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신용등급이 신뢰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등급에 불만이 있는 경우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신평사들이 부여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적지 않은 금융소비자들이 신용등급 불만 시 '실질적'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신용등급에 불만 시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으로 있으나 신용평가에 활용되는 연체 유무, 채무 규모 등 금융거래정보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평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소비자 눈높이에서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신평사들과 금융당국의 노력이 요구된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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