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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뷰민라` 취소, 음악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참극
입력 2014-04-27 17:33  | 수정 2014-04-27 17:4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행사 하루 전날 돌연 취소됐다. 주최 측과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관사인 고양문화재단의 일방 취소 통보로 벌어진 일이다.
고양문화재단 측은 "세월호 참사 분위기에 따른 공연 취소 민원이 많이 제기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공연 취소에 따른 위약금 등의 보상을 차질 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총 59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하기로 했던 대규모 행사에 대한 보상은 추후 지켜볼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결정일 수 있겠지만 공연을 만들어가는 주체 즉, 주최 측과 아티스트 그리고 관객들로서는 참담한 결과다. 특히 일련-이랄 것도 없는 일방 통보식 취소 과정은 분명 큰 문제점으로, 음악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또 하나의 촌극, 아니 참극이다.
고양문화재단은 "취소, 연기 및 외부 공연을 실내로 전환하자는 등의 제안을 했지만 주최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일방 통보의 방식으로라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주최 측이 양보해 이를 받아들였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라는 페스티벌의 성격상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평균 1시간 간격으로 60개 가까운 팀이 총 세 개의 무대에 번갈아 오른다는 점에서 무대 세팅의 문제도 그러할 뿐더러, 실내 공연장이 객석의 제한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전체 공연의 실내 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현장에서 공연을 접하지 않는 한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누군가에게 그저 '유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해도 주최 측이 음악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진심을 '민원 요청'을 이유로 대관사가 단칼에 외면한 점은 못내 아쉽다.
'뷰민라 2014'를 강행하며 주최 측이 내놓은 입장의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음악과 공연이라는 것의 본질이 기쁘고 즐겁고 흥을 돋우는 유희적인 기능도 크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정화하며 희망을 줄 수 있으며 그렇기에 그 어떤 문화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관객)에게는 무수한 시간 동안 기다려온 바람이고 또 누군가(아티스트, 시스템팀, 스태프)에게는 준비의 과정들이 생업임과 동시에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는 점. 이는 이들이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도 공연을 진행하고자 했던 이유로 설득력이 분명 있다.
"문화를 사랑하는 기획자, 스태프, 아티스트, 관객들은 스스로의 가치에 떳떳하며 단순히 무분별한 소비만을 위해 하는 일들이 아니라고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 뒤에 덧붙여진 "수많은 공연물 중 콘서트를 제외하고는 오늘까지 뮤지컬, 연극, 클래식 섹션에서 단 한 건도 취소나 연기된 공연은 없다"는 사실 역시 대중음악 콘서트를 타 문화 공연과 다른 잣대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기인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주최 측은 "국민 모두가 애도하는 마음을 넘어서 무력감과 우울증에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서 "그 어느 때 보다 위로와 희망을 같이 하고 싶었다. 저희에겐 결국 음악 그리고 공연만이 답이었다"며 음악을 통해 서로를 다독이고자 하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문화재단은 고양시의 결정에 따라 공연 취소를 주최 측에 일방 통보했고, 행사 강행 시 전기, 수도 공급을 끊겠다는 등 공권력의 만행과도 같은 으름장을 놓으며 주최 측이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덕분에 '뷰민라가 대체 뭔대?'라며 공연을 강행하는 주최 측에 의문을 표하던 이들조차 고개를 끄덕이게 한, 음악인들의 각자 위치에서 보여준 순수한 열정은 한순간 무색해졌고 '희망을 노래하겠다'던 많은 음악인들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겼다.
지난 4년간 '뷰민라'를 개최해 온 고양시의 이번 선택은 음악인의 진심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못내 아쉽다. 더욱이 참가하는 팀만 59팀, 그에 참여하는 밴드 세션 및 스태프들만 해도 수백 명에 이르는 대형 규모의 행사를 24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은 공연 전날 저녁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한 점은 그 방법 면에서 질타받아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누군가의 '맥주에 풍악놀음'이라는 자극적인 문구에 휘둘렸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대당 후보의 '네거티브 운동'을 의식했다는 주장도 아예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문화도시를 표방해 온 고양시의 이미지에 스스로 먹칠을 한 셈이 됐다.
세월호 참사 13일째.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은 어떤 말, 어떤 음악으로도 위로할 수 없다. 이 시점, 기부도 좋고 자원봉사도 좋지만 적어도 표현하는 애도만이 진정한 애도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며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더 의미 있게 추모하는 방법을 논의할 때다.
'뷰민라' 취소 사태를 통해 본 2014년 현재, 한국 대중음악을 둘러싼 환경은 아직도 좌절스럽고 갈 길이 요원해 보이지만 음악인들이 그 '진심'의 힘을 잃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기원해본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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