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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현장에서] ‘뷰민라’ 취소 논란…허망한 스태프, 위로하는 관객
입력 2014-04-27 14:48 
[고양=MBN스타 박정선 기자]

26일 정오, 고양아람누리극장 앞 광장은 한산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시원하게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이 그렇게 야속하긴 처음이다.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이하 ‘뷰민라)가 고양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26일 공연을 만 하루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재단은 25일 오후 6시 민트 페이퍼 측에 공문을 보내 공공기관으로서의 재단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어떤 형태로든 정상 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취소 통보를 했다. 또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뷰민라가 취소됐다”고 관객들에게 공지했다.

이날 저녁 민트 페이퍼 역시 예매자들에게 SNS와 문자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했고, 언론에도 이를 전달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듯 답답함을 호소하는 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고도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2주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공연이 공연을 하루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 취소가 되다니, 이 황당한 상황을 어느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한산한 현장을 보고서야 돌연 취소된 공연이 실감이 됐을 정도다. 고양아람누리에 도착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축 쳐진 어깨로 티켓배부처를 지키고 있는 스태프들뿐이었다. 이들은 혹여 페스티벌 취소 공지를 받지 못하고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 팀이었다.

이들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멍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밥은 먹었냐”는 질문에도 그저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공연 취소와 관련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 여성이 손에 음료를 들고 다가왔다. 힘드시죠? 이거 드시고 하세요”

이 여성은 ‘뷰민라 공연의 예매자였다. 공연 취소 소식을 듣고도 황당해하고 있을 스태프들을 위로하기 위해 들른 것이라고 했다. 그 음료를 건네받은 스태프들은 감사드린다”며 준비된 책자를 건네줬고, 관객이 자리를 뜨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현장을 둘러보고자 무대가 설치된 노루목 야외극장을 찾았다. 이곳의 분위기는 더욱 참담했다. 이미 지난16일부터 쌓아올리기 시작한 무대, 그리고 공연하루 전날인 25일 오전부터 출연 아티스트들의 리허설 무대까지 끝난 상황이었다. 무대 셋팅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이렇다 공연하나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다시 철수해야하는 스태프들의 마음이 오죽하겠느냐.

메인 무대에 설치된 ‘뷰민라 간판이 내려지고, 무대 중앙에 마련된 스크린도 내려지고, 모든 음향과 조명들도 네모진 박스 속에 다시 차곡차곡 담겨졌다. 이 공연을 위해 준비했던 크고 작은 소품들이 빛도 보지 못하고 다시 창고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한 커플을 발견했다. 이 커플은 공연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쉬움에 한번 들러봤다”면서 한참을 둘러보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현장을 둘러보다 한 가지 의구심이 생겼다. 분명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재단 관계자는 ‘뷰민라 측에 취소나 연기, 실내 공연 전환 등의 의견을 수차례 전달했지만 예정대로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과연 사실일까.

그런데 현장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입간판에는 공연 전면 취소에 대한 공지글이 담겨 있었다. 최소한 취소가 확정이 된 이후에 만들었음을 감안하면 세워질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장 관계자는 취소 결정이 나옴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이 간판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수차례 공연 취소를 언급해왔다면 민트페이퍼 관계자가 무리하게 행사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아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대가 설치되고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어떠한 제지도 없었다. 그러다 돌연 취소통보를 내리고 처음으로 회의를 가졌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쯤 되니 누리꾼들은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돌리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속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한 기사가 보도되면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드러나곤 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성운 고양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총동문회 행사장에 참석해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명함을 돌리는 등 선거운동을 벌여 물의를 일으켰다. 뮤지션들과 음악 팬들이 이번 ‘뷰민라 취소를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는 이유다.

백 예비후보는 수학여행을 떠난 325명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승선한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온 국민이 비통에 잠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인데도 술 마시며 강한 흥겨운 가락에 흥겨워해도 되느냐. 고양시와 문화재단은 세월호 통곡 속에서 맥주를 마시며 온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페스티벌과 관련해 100만 고양시민들께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술을 먹고 유흥을 즐기는 이들이 대중음악을 그저 가벼운 ‘딴따라라고 치부하며 수많은 이들의 노래할 권리, 들을 권리를 막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더구나 이들이 음악을 하고, 듣는다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지 않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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