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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연예계 시스템도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입력 2014-04-25 10:48  | 수정 2014-04-25 11:0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오랜만에 한국 영화계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아역배우 이레(8)가 영화 '소원'으로 제4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소원'에서 나쁜 짓을 당한 소녀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감독과 스태프 등의 배려로 촬영을 잘 끝냈고, 영화는 국내에서도 호평받았다. 청룡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중국에서도 인정을 받았으니 이는 분명 좋은 소식이다.
물론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애통해하고 있으니 수상의 의미를 짚는다는 건 과하다.
하지만 이레의 수상 소식을 듣고는 세월호 참사가 더 떠올랐다. 뉴스가 온통 세월호 참사라서 그런가. 아역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늘 조심스럽다. 언론도 아역배우들의 인터뷰를 할 땐 조심스러워 한다.

자아가 형성 안 된 시기, 질풍노도의 시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이 어떻게,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아이들이 영화와 드라마 등 연예계 전반에 포진해 있으니 걱정하는 시선은 더욱 커진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나라 시스템 전반에 총체적 문제가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 나이 어린 연예계 종사자들도 우리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가 큰 성장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외적으로만 그래 보이지 안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참담하다는 표현을 써도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문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영화계뿐 아니라, 방송·가요계도 포함된다.
아이들을 배려한다고는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꽤 봐 왔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적응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몇몇 어른은 이른바 '뜨기 위해서 감내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다행히 이레보다 조금 나이 많은 배우 중에는 잘 커 나가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 보인)다. 대표적인 게 김새론이다. 영화 '여행자'를 시작으로 '아저씨', '바비', '이웃사람' '여왕의 교실', '만신' 등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자기만의 영역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켜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느낌은 아니다. 또 올해 초 논란이 됐던 음주·흡연과 관련해 자기 생각을 차곡차곡 밝혀나간 것을 보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배우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세계에서 주목을 받은 아역 서영주와 박지빈 등도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실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건 맞겠지만, 다른 이유로 아역배우들이 현장에서 사라지면 안 될 것 같다.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끼를 발산하지 못하거나 너무 혹사당해 관두는 일도 비일비재한 게 연예계다. 자식을 스타로 키워보겠다는 부모와 배우들을 마음대로 하려는 제작사·소속사의 욕심이 어떤 일을 초래할 지 모른다. 세월호도 자신들만 살겠다는 선장·선원들, 돈을 벌기 위한 무리한 출항, '해피아'로 꾸려진 조합 등 많은 욕심이 어린 생명들을 빼앗아 갔다.
지금 이대로라면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안 봐도 뻔하다. 정부는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물론 노력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진행된 의미있는 행사도 그중 하나다.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촬영 현장에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응급의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 것.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국내 촬영 현장에 소방차와 구급차가 준비되지 않으면 촬영에 들어가지 않는 모습을 보고 뒤늦었지만 따라 했다.
정신적 충격을 받을지 모르는 아역들을 위해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서비스도 진행하는 현장도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 출연한 여진구도 도움을 받았다. 의식 있는 제작진과 감독 등이 표준 계약서대로 촬영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척이나 더딘 발걸음이다.
'1-29-300'. 세월호 참사로 요즘 많이 듣는 말이 하인리히 법칙이다. 심각한 사고 1건이 발생 되기 전에는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있고, 300건의 경고성 징후나 있다는 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그게 또 엄청난 일이 될 수 있는 게 우리나라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눈이 엄청나게 내리는 데도 무리하게 촬영을 진행하는 등 기자가 현장에서 본 경고성 징후가 몇십 건은 되는 것 같은데, 그런 일들이 300건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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