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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가상인터뷰] 한공주가 이 세상의 한공주에게…
입력 2014-04-24 15:24 
영화에는 매력 있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다수 등장합니다. 이 캐릭터는 관객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하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가상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가상인터뷰는 극중 캐릭터의 설정을 반영한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의 생각과는 무관할 수 있음을 밝힙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손진아 기자] 17살, 꽃다운 나이. 한창 인생의 추억을 쌓을 때. 학창시절에서 가장 환하고 예쁘게 꽃 피울 때.

그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던 17살 소녀가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한공주는 한순간에 벌어진 일로 좋아하는 노래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친구도 있지만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신 웃을 수 없고, 평범한 나날이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공주에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와 노래가 웃게 하고 희망을 되찾아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전 학교의 학부형들이 공주를 찾아 학교로 들이닥쳤고, 또 다시 공주는 검은 공간으로 숨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봄내음이 가득한 어느 날, 인터뷰 요청이 먼저 들어왔다. 주인공은 바로 한공주다. 하고 싶은 말이,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다는 그녀는 먼저 용기를 내 문을 두드렸다.


손진아 기자(이하 손): 안녕하세요. 이렇게 먼저 인터뷰를 요청할 줄 몰랐네요. 이왕 온 거 하고 싶었던 말 편하게 다 하고 가도록 해요.

한공주(이하 한): 요즘 세상이 참 무서워요.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구요. 뉴스 통해 안타까운 소식을 종종 접하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왜냐면 제가 그 누구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테니까요.

손: 잘 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조심스럽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날을 보낸 적이 있어요. 그날 이후 모든 게 닫힌 기분이었죠. 분명 하늘은 맑고 푸른데 검푸르게 보였고, 사람들은 모두 악마 같았어요.

손: 큰 상처가 있었나 봐요. 마음이 아프네요. 그럼에도 먼저 용기를 내줘서 고마워요.

한: 분명 전 피해자였어요. 선생님도, 친구들도, 이 일을 아는 사람들도 모두 저에게 ‘넌 잘못이 없다라고 말했어요. 제가 사과를 받는 입장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과 받은 제가 도망 다녔어요. 잘못이 없는데 왜 제가 도망 다녀야 하죠? 사람들은 왜 그런 눈으로 저를 쳐다보죠? 끔찍한 일도 괴롭고 힘들었지만, 이후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이 더 힘들었고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뉴스를 접하고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피해 입은 아이부터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세상을 봤죠. 참 슬프게도 세상은 변한 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냈어요.

손: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다 화가 나고 미안하네요. 공주 씨 말대로 세상은 따뜻하기 보다는 가시 같아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피해자를 위로하기보다는 손가락질을 먼저 하기 바빴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고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할 부분인 것 같네요.

한: 깊은 바다 속에 빠진 것처럼 숨이 막히고 헤어 나오기 힘들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왠지 모르게 물은 무섭고 힘든 공간이에요. 이겨내고 싶어서 수영을 열심히 배워보기도 했어요. 유일한 행복인 음악도 열심히 했고요. 하지만 제 노력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더라고요. 빛이 없는 세상에서 아빠도, 엄마도, 모두 틈을 주지 않았어요. 아마 이 세상의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일 거예요.

손: 그럼에도 잘 견뎌줘서 고마워요. 같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 친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분명 큰 힘이 될 거에요.

한: 그냥 다른 거 없어요. 아직 세상은 각박해요. 제가 완전히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밝아지게 된 건 저 혼자만의 노력과 하루에도 수백번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이에요. 어느 누구하나 절 이해해주지 않았어요. 차라리 무관심인 게 나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세상에 저 한공주 같은 친구들이 있다면 제발 두 번 죽이는 일은 만들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공주야, 넌 잘못한 게 없어. 기죽지마!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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