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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화려하게 차려진 ‘역린’, ‘화려’만 했다
입력 2014-04-24 10:23  | 수정 2014-04-24 10:28
이재규 감독 특유의 미장센은 훌륭했지만 정신없는 스토리, 캐릭터 설명 부족 등 전체적으론 아쉬움이 더 남는 작품이다.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올해 극장가에 쏟아지는 사극 영화 중 하나인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영화 ‘역린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 막히는 24시간을 그린다. 1777년 7월 28일 벌어진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한 ‘역린은 현빈이 군 제대 후 스크린 복귀작으로 택해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역린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해 다양한 인물을 그려냈다. 극 중 현빈은 정조 역을, 상책 역에는 정재영이, 살수 역의 조정석, 광백 역의 조재현, 정순왕후 역의 한지민, 혜경궁 홍씨 역의 김성령, 홍국영 역의 박성웅, 월혜 역에 정은채까지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배우들의 대거 출연과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 등 드라마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역린. 화려하게 차려진 밥상에 그만큼 먹을거리도 넘쳐 났을까.

영화는 전체적으로 산만하다. 많은 인물들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것은 물론, 인물에 대한 설명도 ‘장황만 했지 부족했다. 때문에 극의 중심으로 다뤄야 할 정조의 이야기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지나치게 잦은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연출이 몰입을 방해하며, 곳곳에 배치된 다소 과한 영상 연출은 실소를 자아낸다. 중간에 붕 뜨는 러브라인과 몇몇 배우들의 현대극과 사극의 경계를 못 잡는 대사 역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극의 전환을 이루는 중요한 장면도 관객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13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관객의 흥미를 끝까지 이끌고 가지를 못했다.

물론 배우들의 호연은 빛을 발한다. 정조로 분한 현빈은 이미 많은 작품을 통해 그려졌던 정조를 자신만의 정조로 만들기 위한 정성이 보였다. 처음 사극에 도전한 그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온화한 품성과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인물을 그려냈으며 검술, 활쏘기 등 액션 연기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역린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건 정재영과 조정석이다. 정재영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극 중 정재영이 맡은 상책을 둘러싼 비밀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며,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격렬한 액션 연기를 펼치는 조정석의 모습도 강렬하다.

처음 악역에 도전한 한지민의 연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관객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말투를 선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어색함과 다소 계산적인 연기가 오히려 독이 됐다.

많은 인물과 스토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역린은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했던 감독의 과한 욕심이 단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물론 스타일리시하고 정교한 영상미는 눈을 즐겁게 하며, 현빈의 색다른 모습과 매력을 느껴보고 싶었던 관객의 욕구는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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