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마켓레이더] 스팩을 활성화 시키려면
입력 2014-04-22 17:11 
기업인수목적회사, 이른바 스팩(SPAC)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2009년 국내에 도입된 스팩은 주식시장에 상장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한 후 3년 내에 합병 기업을 물색해 합병을 성사시키는 투자기구다. 스팩 스폰서는 증권사가 하도록 규정돼 있다.
스팩이 자본시장에 끼치는 긍정적인 기능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합병 대상 기업 처지에서 스팩은 기업공개(IPO)의 대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주식시장 여건상 IPO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대안으로서 스팩을 고려하게 된다. 투자자로서 스팩은 합병이 성사되고 주가가 상승할 때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이자율 정도 수익은 얻을 수 있는 투자처다. 스폰서 처지에서는 자금 모집이 까다로운 사모펀드 시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보다 쉬운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다. 공모 전 유리한 조건으로 지분 투자가 가능해 향후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벤처캐피털이나 PEF 등 사모펀드 운용사 처지에서 스팩은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성공에 대한 기대를 한껏 받으며 22개에 달하는 스팩이 상장됐으나 이 중 인수ㆍ합병(M&A)에 성공한 스팩은 10개에 불과했다. 이는 고스란히 시장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올해 들어 몇몇 스팩이 합병을 성사시킨 후 주가가 상승해 스폰서와 투자자들에게 높은 투자 수익을 안겨주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같은 성공에 고무받은 몇몇 증권사들은 이른바 제2기 스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팩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스팩 115건이 성사되고 72건이 청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스팩 성공률이 아주 낮다고도 할 수 없다.
향후 스팩이 활성화하고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성장성 높은 합병 대상 기업을 발굴하고 합병을 성사시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장 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으려면 스팩의 스폰서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투자자들은 스팩의 스폰서가 누구인지부터 과거 투자 성공 사례, 합병 대상 발굴과 경영 능력과 같은 요소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이것은 외국 스팩 시장에 충분히 검증된 PEF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 위주로 참여하는 이유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