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규제개혁과 관련해 영국의 성공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2일 발표한 '영국의 사례에서 본 규제개혁' 보고서에서 "영국은 강도 높은 규제개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력을 높이고자 노력해 왔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은행의 기업규제평가에서 189개국 중 7위를 차지했지만, 기업인들의 설문조사를 반영한 WEF와 IMD 조사에서 각각 25위와 22위에 머물렀다. 전형적인 규제들을 개선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전체적인 규제 환경을 개선하는데 다소 미흡했다는 의미다.
반면 국민과 기업의 참여로 광범위한 규제개혁을 추진중인 영국은 기업의 체감지수를 나타내는 WEF와 IMD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은 입법단계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민간부문의 의견과 부담을 고려한다.
우선 협의단계에서 기업들의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해당 규제의 도입으로 기업들이 입게 될 부담과 이익을 상세히 파악한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해당 규제가 적용돼야 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담당 부서가 기업의 의견을 반영한 규제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면 산업부 소속의 규제위원회가 적절성을 심사한다. 심사를 통과해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3~5년 뒤에 재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작성한 규제영향평가서는 모두 인터넷에 공개된다.
국민과 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모든 규정은 규제영향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영국의 특징이다.
정부가 직접기업에 부담을 주는 환경 기준이나 건설 허가와 같은 전형적인 행정규제뿐만 아니라 민법이나 회사법도 기업에 부담이 된다면 규제영향평가의 대상이 된다. 명시적인 법규정 외에 가이드라인이나 모범지침도 해당된다.
2010년부터는 경제회복을 위해 더욱 강력한 규제개혁을 추진했다.
새롭게 도입할 규제가 야기하는 비용만큼을 상쇄할 수 있도록 기존의 다른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비용 총량제(one-in one-out)'는 이후 규제비용을 두배 상쇄(one-in two-out)하도록 강화됐다.
2011년 4월~2014년 4월에는 중소기업에 대해 아예 규제면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과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규제들을 검토해 폐지하는 제도(red tape challenge)는 2011년 4월 도입된 이후 지난 1월까지 3만건의 제안을 받아, 3000여건의 규제를 폐지.개선했다. 그 결과 기업들의 연간 부담은 8억5000만 파운드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유럽연합(EU)이 국내법으로 제정하도록 규정하는 법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은 영국의 한계다.
문 연구원은 "규제개혁은 양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경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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