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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만도 기업분할 `후폭풍`
입력 2014-04-15 11:02 

[본 기사는 04월 11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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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나.'
만도가 기업분할을 공시한 다음날인 8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한라를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만도의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등급 조정은 사실 기업분할 이슈와는 관계가 없었지만 의도치 않게 시기가 겹치면서 한라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바라보는 시장 일각의 시선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꼴이 됐다.
한라그룹이 만도 기업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라는 긍정적인 면을 조명하면서도 일부 아쉬움을 토로하는 등 만도가 한라(옛 한라건설)의 재무적 지원에 다시 한 번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분할에 따라 만도의 현금성자산 수천억원이 그대로 한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규정에 따라 지주사가 될 한라홀딩스는 신설되는 만도의 지분 20%를 분할기일로부터 2년 안에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라그룹은 만도를 지주사 한라홀딩스와 사업회사 만도로 나눈 후 한라가 보유하고 있는 만도 지분을 한라홀딩스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한라홀딩스의 신설 사업부문 만도 지분매입 자금이 현재의 만도로부터 나올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기업분할안에 따르면 만도의 현금성자산 가운데 4500억원이 한라홀딩스로 이전되고 사업부문 만도에는 510억원 만을 남겨두게 된다. 예상대로 구조개편이 진행된다면 한라는 합법적으로 자금을 지원받는 모습을 갖출 수 있다.
한라그룹 입장에서는 정몽원 회장의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한라에 실탄을 제공해 재무여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묘수로 통하지만 만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악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지배력 확대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특별한 이슈가 아닐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회복되겠지만 만도가 입게 될 재무적 타격은 분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완료되면 예전처럼 만도가 한라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우려는 사라지지만 부채비율이 기존 157%에서 241.5%로 상승하는 등 사업부문 만도의 분할 후 재무지표는 악화된다. 반면 한라홀딩스의 부채비율은 60.9%로 크게 낮아진다.
향후 기업분할이 완료되도 순환출자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안정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시장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방법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순환출자가 완벽히 청산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기업분할 결정이 만도의 기업가치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중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며 "현대차 그룹의 중국 증설 효과 등으로 중국법인의 실적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한라마이스터의 한라 유상증자 참여 논란으로 인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만도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비용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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