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생명 "체질 다바꿔라" 개혁의 칼
입력 2014-04-10 17:26  | 수정 2014-04-10 19:46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부임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10일 삼성생명은 본사 임원 전체 약 80명 중 17명(전무 4명ㆍ상무 13명)에 대한 퇴직 또는 전보 조치를 단행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그룹, 에스원, 삼성SRA자산운용, 삼성생명서비스, 스포츠단 등 삼성 계열사와 삼성생명 자회사로 이동하고 일부는 퇴직한다.
임원에 이어 총직원 6500명 중 1000~1500명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부터 희망퇴직을 받거나 분사된 형태로 운영될 전국 80여 개 고객센터 등으로 보낼 예정이다.
또 도쿄를 비롯한 국외 사무소 폐쇄ㆍ축소 방안도 검토 중이며, 해외사업본부와 법인영업본부를 해외사업팀과 법인사업부로 각각 축소할 예정이다. 인력을 줄인 다음에는 임원 임금 동결, 판공비 등 각종 비용 절감 등이 뒤따를 전망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올해 보험업이 불황을 겪고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12월 9개월간 삼성생명 당기순이익은 5863억원이며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7818억원이다.
전년보다 22.4% 감소했고, 작년 3분기(10~12월)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27%나 떨어졌다. 작년 순이익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삼성화재에서 좋은 실적을 이끌었던 김창수 사장이 삼성생명으로 올 때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다면 김 사장은 왜 하필 현시점에 개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일까.
김 사장에게는 1년차에 막 접어든 지금이 최적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장 2~3년차 때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면 지금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고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충당금을 쌓아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융 계열사에 대한 삼성그룹 차원의 경쟁력 확보 주문도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고 있고, 삼성생명 등 금융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 금융 계열사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 삼성생명이 앞장서 구조조정에 뛰어들면 삼성화재ㆍ삼성증권ㆍ삼성카드 등 다른 금융 계열사도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증권은 임직원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임원 30명 중 7명에게 퇴직 통보를 했고, 11일에는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직접 직원들을 상대로 경영 현안과 인력 조정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삼성증권에서 퇴직ㆍ전출자가 300~5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금융위기 후 5년 만에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한 상태다.
한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절대적인 그룹 지원을 받는 삼성 내 금융지주 구실을 하는 계열사"라며 "마냥 업황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력 감축은 2016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임금피크제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임금을 일정 부분 삭감하더라도 수많은 직원들에 대해 정년을 보장하게 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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