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의 수백 배에 달하는 유보금(잉여금)을 쌓아두면서 주주에게 배당도 많이 하지 않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중에는 큰 시설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소비재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8일 증권조사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ㆍ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자본금에 대한 잉여금 비율을 나타내는 유보율이 100배(1만%)가 넘는 기업이 17개에 달했다. 이 중 11개 기업의 시가배당률은 1%도 안됐다.
시장 불확실성이 클 때는 유보율이 높은 기업이 재무건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우량 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나친 유보율은 기업 가치를 깎아먹는 요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걷힌 상황에서는 쌓아 놓은 유보금으로 시설 투자에 나서거나 주주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ㆍ섬유ㆍ방송통신 등 사업 다각화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태광산업은 자본금이 55억원에 불과하지만 유보금은 2조6000억원으로 470배가 넘는 유보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태광산업 주가는 크게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주가수익비율(PER)은 20.11배로 동일업종 PER 34.64배보다 훨씬 낮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47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태광산업이 저평가된 가장 큰 이유로 배당률이 지나치게 낮은 점을 꼽는다. 태광산업의 시가배당률은 0.14%에 불과했다.
최근 경영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데도 주가가 3개월째 게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칠성ㆍ롯데푸드 등 소비재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롯데 계열사들도 높은 유보율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금 68억원인 롯데칠성은 2조4000억원을 유보하고 있고, 롯데푸드는 자본금 68억원에 유보금 7600억원으로 납입자본금의 100배가 넘는 잉여금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다. 하지만 배당은 시가의 0.4% 미만이었다.
이들 기업은 큰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내수ㆍ소비재 업종이어서 설비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도 설득력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같은 IT업체들은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한 사례가 많은 데다 성장산업이라서 유보율과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게 나온다"며 "ROE가 높은 기업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재투자하는 것이 주주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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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증권조사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ㆍ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자본금에 대한 잉여금 비율을 나타내는 유보율이 100배(1만%)가 넘는 기업이 17개에 달했다. 이 중 11개 기업의 시가배당률은 1%도 안됐다.
시장 불확실성이 클 때는 유보율이 높은 기업이 재무건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우량 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나친 유보율은 기업 가치를 깎아먹는 요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걷힌 상황에서는 쌓아 놓은 유보금으로 시설 투자에 나서거나 주주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ㆍ섬유ㆍ방송통신 등 사업 다각화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태광산업은 자본금이 55억원에 불과하지만 유보금은 2조6000억원으로 470배가 넘는 유보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태광산업 주가는 크게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주가수익비율(PER)은 20.11배로 동일업종 PER 34.64배보다 훨씬 낮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47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태광산업이 저평가된 가장 큰 이유로 배당률이 지나치게 낮은 점을 꼽는다. 태광산업의 시가배당률은 0.14%에 불과했다.
최근 경영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데도 주가가 3개월째 게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칠성ㆍ롯데푸드 등 소비재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롯데 계열사들도 높은 유보율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금 68억원인 롯데칠성은 2조4000억원을 유보하고 있고, 롯데푸드는 자본금 68억원에 유보금 7600억원으로 납입자본금의 100배가 넘는 잉여금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다. 하지만 배당은 시가의 0.4% 미만이었다.
이들 기업은 큰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내수ㆍ소비재 업종이어서 설비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명분도 설득력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같은 IT업체들은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한 사례가 많은 데다 성장산업이라서 유보율과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게 나온다"며 "ROE가 높은 기업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재투자하는 것이 주주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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