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가 2000 다가서자 또 펀드 환매
입력 2014-04-04 15:39  | 수정 2014-04-04 16:31
코스피 1950~2050 사이 두껍게 쌓인 매물대 벽에 막혀 코스피 2000 돌파가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수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등락하는 증시에서 학습효과를 얻은 투자자들이 코스피가 2000선에 근접하면 주식을 팔거나 주식형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신감 상실이 펀드 환매로 이어지고 있으며 매물대 벽을 뚫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 개선과 배당 확대 등 기초체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번주 계속된 코스피 2000선 돌파 시도는 기관, 특히 투신권의 매도로 매번 좌절됐다.
지난 2일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며 코스피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장중 2000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이 8916억원 순매수하는 동안 기관은 5524억원 순매도했다.

3일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4533억원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2006까지 끌어올렸으나 오후 들어 기관투자가들의 매도가 쏟아지면서 다시 하락했다.
이날 기관 순매도 금액은 2892억원에 달했다. 4일에도 외국인 순매수, 기관 순매도가 이어지며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기관이 코스피 2000 문턱에서 순매도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주가가 반등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개인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요청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3일 코스피가 잠시 2000을 넘자 펀드 환매 요청에 따른 기관 매물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이날 운용사별로 수백억원대 펀드 환매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가가 2000선에 가까이 가면 펀드 환매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코스피 2000선 부근에 두껍게 쌓여 있는 매물벽 때문이다.
매물벽이란 주가 상승 과정에서 팔자 매물이 많이 몰려 있는 가격대를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 주식 매수가 많이 이루어진 가격 구간으로 주식을 고점에서 팔지 못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그때를 틈타 주식 매도를 시도하기 때문에 매물벽이 두꺼워지는 것이다.
코스피가 매물벽에 도달하면 고점에 물려 있던 사람들이 본전을 찾겠다는 심리로 매도물량을 쏟아내고 따라서 주가가 추가 상승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4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식거래 중 47%가 코스피 1950에서 2050선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2012년 4월부터 2년 동안 시장에서 거래된 금액의 21.58%가 1950~2000에 몰려 있다.
전문가들은 거듭된 펀드 환매가 진정되기 전에는 상승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주가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실제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3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주가가 2000선을 회복하고 안착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투자심리를 다시 회복시키기엔 외국인 매수 신호만으론 부족하고 실제 기업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펀드 환매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는 만큼 매물벽 돌파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은아 기자 / 김혜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