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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우희 "센 이미지 고착? 희열 느껴요"
입력 2014-04-04 14:19 
17일 개봉하는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는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잇단 수상과 함께 극찬을 듣고 있다. 주인공인 배우 천우희(27)는 들떠 있을 법도 한데, 침착했다. 겸손하기까지 했다.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어머니가 무척 기뻐한다고 하던데 그는 오히려 "엄마에게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2011년 개봉해 흥행한 영화 '써니'에서 후반부에 등장, '본드녀'로 관객을 사로잡아 버렸던 천우희. 그의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 바람을 잔뜩 불어넣었다. "잘 되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예전처럼 그는 지하철도 잘 타고 편하게 걸어 다닌다. 실망했을까? 전혀. '들뜨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이 또 흥분할까 봐 '한공주' VIP 시사회에 부러 부모님을 부르지 않았다.
"'써니' 이후에 바뀐 게 뭐가 있느냐고요? 별로 없어요. 이미지가 겹치지 않아서 특히 더 몰라보시는 것 같아요."(웃음)
물론 달라진 게 있긴 하다. 소속사가 생겼고, 영화를 향한 관심과 열정이 더 많아진 것 정도? '한공주' 출연이 그렇다. 사실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시나리오를 보고 걱정과 우려를 했다. 쉽지 않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천우희를 믿었다. 결과는? 당연히 호평이다.
'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가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이야기를 담았다. 청소년 집단 성폭행과 자살 등이 소재다. 공주의 어깨 위로 짓눌린 아픔과 슬픔이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작품이다. 복잡하고 답답하며 힘들었을 연기를 천우희는 제대로 소화해냈다.
천우희는 "처음에는 공주의 입장보다 제 3자 혹은, 관객의 마음으로 읽었다. 사건을 겪은 아이의 마음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는데 읽을수록 그 아이의 현실 자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마더'와 '써니'에 이어 '한공주'까지. 강렬한 이미지의 연기를 펼쳐오는 그에게 이른바 센 이미지로 치우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말을 건넸는데, "부담은 있다"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제가 일상생활에서는 겁이 많고 내성적이에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연기에서만큼은 강렬한 것들에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제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죠.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조금은 다른 학생을 보여줬으니까요. 제가 감내해야 할 것들이죠. 전 평범한 역할도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웃음)
그러고 보니 유독 고등학생 역할과 인연이 많다. 그런데 그의 나이를 알면 깜짝 놀란다. 한국 나이로 28살. 천우희는 "민망하고 부끄럽다. 별의별 교복을 다 입어본 것 같다"고 웃는다. "한 번쯤은 더 청소년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천우희는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대학교(경기대 연기학과) 때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각 작품마다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그럴 수 있나? 그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연기 수업을 받는 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한 부분으로 막혀 버릴 것 같거든요. 연기 연습이요? 집에서도 부모님이 계시니까 소리 내서 연습하기 부끄러워요. 작품을 받으면 그냥 씻을 때, 밥 먹을 때, 잠잘 때 등 항상 생각하고 항상 고민하는 편이에요."
딱히 배우지 않았어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아는 천우희. 그의 폭발력은 장난이 아니다. 어느새 영화 전체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배우가 됐다.
"예전에는 어떤 한 장면에서 기능적으로 보여줘야 했다면 긴 호흡으로 끌고 가고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처음이었죠. 극 전체를 관통해 연기해야겠다는 생각과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한 작품, 캐릭터를 만드는 게 흥미로운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온전히 만들어내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무척 좋더라고요. 하하하."
천우희에게 당연히 물어볼 수밖에 없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고 하면 부담이 되느냐고.
"좋은 말씀해 주시고 칭찬해주시는 게 기분이 좋으면서도, 앞으로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기대한 만큼, 생각보다는 별로인데?'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신중하게 생각해하면서 연기할래요."
'한공주'를 향한 애정이 큰 그는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이 나온 것과 관련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천우희는 "소재 자체 때문에 그런 판정이 나온 것 같다"고 짚었다. "청소년들이 많이 봤으면 했는데 정말 아쉬워요. 어른들보다 학생들이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재등급 심사 어떻게 안 될까요?"(웃음)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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