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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마정길, 절실함이 담긴 ‘눈물의 1승’
입력 2014-04-04 06:46 
마정길은 3일 목동 두산전에서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지난 시련을 극복해낸 그의 빛나는 결실이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프로데뷔 13년차 투수가 1승에 웃었다. 물론 여느 선수라도 승리투수가 되면 기분이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선발 투수가 아닌 중간 투수가 위기에서 팀을 구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더욱 짜릿하다. 특히 자신을 극복했다는 것에 강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마정길(36)은 3일 목동 두산 베어스전서 팀이 4-4로 맞붙은 7회에 등판해 1이닝 2볼넷 무실점으로 2014시즌 첫 승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4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182일만이다.
마정길은 철벽수비로 두산 타자들을 막았다. 마정길은 선두타자 민병헌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뒤 오재원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발이 빠른 주자기에 그의 도루를 의식한 마정길은 4번의 1루 주자를 견제한 끝에 오재원을 견제사로 잡아냈다. 이후 김현수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호르헤 칸투를 투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다. 넥센은 7회말 윤석민의 역전타로 6-4로 이겼고, 마정길은 이날 경기의 승리투수가 됐다.
팽팽한 동점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은 마정길은 SK와 개막 때도 그랬지만, 긴장이 안 되고 담담했다. 그 이후로 자신감이 생겼다. 오늘은 좀 더 편하게 던진 것 같다”라며 그 순간을 되돌아봤다. 당시 마정길은 4-2 1점 차 승부였던 6회말 1사에서 나주환을 중견수 뜬공-정상호를 2루 뜬공으로 잡은 뒤, 7회를 깔끔하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심적으로 안정을 찾으니 배짱도 생겼다. 마정길은 1루 주자 오재원과의 끈질긴 승부에 대해 처음 사인을 착각해 1루를 견제했는데, 두 번째부터는 내가 리드했다”고 전했다. 이어 마정길은 원래 두산 주자들은 많이 뛴다. 견제사로 잡으니 후련하다”며 다음부터는 함부로 못 뛰지 않을까”라며 흐뭇해했다.
마정길이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것도 오랜만이다. 지난 12년 야구인생을 돌아보면 좋았다고 내놓을 수 있는 시즌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무릎 부상까지 겹쳐 2년 가까이 공백을 견뎌야 했다. 때문에 승리투수가 확정됐을 때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고 한다. 기쁨과 동시에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정길의 공에는 절실함이 묻어난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는 투혼이 담겨있어 자연스레 성적이 따라왔다.
올 시즌 시작부터 순조롭다. 올 시즌 시범경기부터 현재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4차례 시범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 정규리그에서는 3경기 등판해 4⅔이닝 무실점으로 1승1홀드을 기록 중이다.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마정길은 나이를 먹으면 보통 ‘베테랑이라고 하는데, 나는 내 자신에게 ‘베테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유니폼을 입고 지금 이렇게 나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이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보답하는 자세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마정길은 가족과 염경엽 넥센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정길은 승리투수가 됐을 때, 가족과 감독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묵묵히 뒤에서 나를 믿어주며 기회를 줬다. 만약 내게 기회가 없었다면 이런 경우도 없고 승리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 5경기 했다. 아직 멀었기에 더 잘해야 한다. 지금처럼 변하지 않고 늘 경기에 나갈 때마다 절실한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야구팬들은 마정길을 ‘마당쇠라고 부른다. 어떤 상황에서든 마운드에 올라 해결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믿을맨으로 다시 떠오른 마정길의 ‘쇼 타임이 시작됐다.
[gioia@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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