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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전 승리와 바꾼 이동국의 ‘핏빛 전리품’
입력 2014-04-04 06:01 
전북과 광저우의 경기는 축구가 아닌 전쟁이었다. 이동국의 양말은 피로 물들었다. 귀중한 승리와 바꾼 핏빛 전리품이었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2일 전북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조별예선 4차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경기 중 근육경련을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했고 종료휘슬이 울리자 대부분이 필드 위로 드러누웠다. 가진 힘을 모두 소진했다는 뜻이다.
경기가 끝난 뒤 김남일은 이건 축구가 아니었다”는 말로 정신력과 투쟁심이 합쳐진 거친 승리였음을 고백했다. 최강희 감독도 광저우에는 비싼 몸값의 선수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놀라운 정신력과 집중력은 우리 선수들이 한수 위였다”는 말로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관용적 표현인 ‘전쟁이 아니었다. 진짜로 양말이 피로 물들고 근육이 파열되는 전쟁이었다.
광저우전 이튿날이던 3일, 전주 시내에서 만난 이동국은 다리를 절고 있었다. 단순한 경기 후유증이 아니었다.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찢어져 3바늘을 꿰맨 탓이었다. 이동국은 광저우전 전반이 끝난 뒤부터 다리를 절룩거렸다. 공중볼 다툼을 벌이다 상대에게 밟힌 것인데, 의도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나쳤던 것은 분명하다.
이동국이 축구화는 마치 송곳으로 찌른 것처럼 구멍이 나 있었고 그 질긴 가죽을 통과해 발에 상처까지 냈다. 통증은 상상키도 어렵다. 양말이 피로 물들었으나 이동국은 참고 뛰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남일은 아마 동국이가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말 없이 뛰더라”라는 말로 투혼을 설명했다.
어떻게 참고 뛰었냐는 질문에 이동국은 중요한 경기를 승리로 선물 받았으니 괜찮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야말로 핏빛 전리품이었다. 이 부상 때문에 오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출전은 불투명하다. 중요한 라이벌전에 간판 스트라이커가 빠진다는 것은 큰 손해다.
손실은 또 있다. 광저우전에서 부상으로 교체아웃된 이재명은 진단 결과 오른쪽 발목 외측인대 부분 파열로 밝혀졌다. 치료 자체에만 2~3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구단 측은 이재명 역시 상대 선수에게 밟혔다”는 말로 부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당장 측면풀백 자원이 하나 빠진다.
광저우전 승리로 벌써 두 선수를 잃었다. 10명이 싸우면서도 1-0으로 승리를 거둔 선수들의 투혼 속에 팀을 위해 고통을 참아냈던 이동국과 이재명의 값진 상처가 있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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