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미생의 죽음", 김황식 "당을 위해서라면"
입력 2014-03-30 15:59  | 수정 2014-03-30 18:26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제1야당의 공동대표가 됐으니, 대통령에게 회담을 하자고 하는 것은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회담 제의 의도는 다분히 정략적인 것이어서 박 대통령이 회담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회담 제의가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지키라고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바닥 민심의 화살을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에 돌리려 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안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야당 공약이 아니라 대통령 공약이기에 더욱더 설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소통과 합의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대통령이니까 반드시 이 부분 고려해주실 거라고 믿는다."

안 대표는 특히 정치인이 거짓공약과 약속을 내세웠다가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린다면 그것은 과거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만큼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큰 해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을 뇌물 선거만큼 나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사성어 '미생지신'을 언급했습니다.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애인을 기다리다 비에 불어난 개울물에 익사한 '미생'이라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고사성어입니다.

4년 전인 2010년 1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정몽준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해 미생처럼 고지식하다고 빗댄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당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해가 안 된다.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고, 그 애인은 진정성이 없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다"

결국, 안 대표의 말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당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했던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기초 무공천은 왜 지키지 않느냐는 겁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지금 박 대통령께서는 미생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4년 전 미생에 대한 입장이라면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렸던 미생을 칭송했던 박 대통령이 안 대표의 물음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지금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해 공약을 지키려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무리여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시사마이크에 출연해 했던 말입니다.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원내대표(3월26일)
- "선거 때 보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과한 공약을 하곤 합니다. 역대 어느 정부 할 것 없이…그런데 정말 선거 끝나고 정말 실천 단계 들어갔을 때는 이게 정말로 우리 백년대계를 위해 옳은 일인가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정당 민주주의가 뭡니까? 결국, 선거때 후보를 내고 그런 공약을 내걸고 당선시킨 다음에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끝나면 또 평가를 받고 이런 게 대의 정당 민주주의의 기초 아니겠습니까? (기초 무공천)이 대의민주주의 정당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다…"

박심을 잘 아는 최 원내대표인 만큼, 박 대통령의 마음도 아마 이와 비슷할 겁니다.

안 대표가 미생의 죽음을 거론한 오늘 다른 한쪽에서는 김황식 전 총리가 '선당후사'를 얘기했습니다.

새누리당 경선의 컷오프 논란과 관련해 경선활동을 접었던 김황식 후보가 당의 승리를 위해
경선 방식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김황식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황식 /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 "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 경선 참여를 결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저는 어떤 경우라도 설사 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도 당의 결정을 존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과 서울시장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신에게 불리한 3자 대결도 수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황우여 당 대표가 김황식 후보에게 유감의 뜻을 나타낸 게 김황식 후보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요?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존경하는 김황식 후보께서 본의 아니게 오해와 억측에 휘말렸던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만일, 김황식 후보가 끝까지 경선에 불참한다면 어찌 될까요?

그래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이 유야무야 끝나고 만약 선거까지 패한다면, 김 후보 개인에게 쏟아질 비판과 정치적 타격은 아마 상상 이상일 겁니다.

결국, 김 후보로서는 유리하든, 불리하든 끝까지 경선을 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겁니다.

당 대표의 유감 표명까지 받아냈고, '선당후사'라는 이미지도 줬으니 딱히 더 손해 볼 일도 없습니다.

약속과 신념의 정치, 그리고 당을 먼저 생각하는 신의.

요즘 정치인들이 강조하는 덕목이지만, 왠지 그 뒷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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