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 동부화재, 영업 효율성 높여 수익성 기준 업계 2위 굳혀 ◆
손해보험사는 화재, 도난, 사고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재산상의 손실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곳으로 익숙할법하다. 최근 손보사들은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성장경로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 대응 못해 파산한 일본 손보사의 사례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어려운 영업환경 가운데서도 손보사들은 위험 자산을 줄이면서 동시에 질적 성장을 꾀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동부화재도 그중 하나다. 차별화 전략으로 1994년 이후 지난 회계연도까지 연속 흑자와 최근 6년 연속으로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실현했다. 2009년 상반기 총자산 10조원 돌파에 이어 2012년 말 기준 20조원을 돌파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수익성 기준 업계 2위 올라
동부화재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시장 입지를 공고히 다져나간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특성상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인수합병(M&A)이 아니고서야 괄목할 만한 자산 확대 등 상위권 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을 극복한 것. 꾸준한 성장세로 손보업계 만년 3위에서 1~2위를 바라보는 동부화재가 새삼 조명 받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는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자를 기세다.
실제 동부화재는 지난 회계연도(4~12월) 매출액(원수보험료) 기준 삼성화재(12조8985억원), 현대해상(8조284억원)에 이어 7조6427억원으로 '빅3' 구도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측면에서 업계 2위에 올라섰다. 특히 다이렉트 보험 부문에서는 업계 1위 삼성화재마저 제쳤다.
손보사 업계 순위는 통상 매출액 기준으로 매겨진다. 여러 사업을 동시에 벌여놓고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매출액은 업계 순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하지만 매출액 못지않게 수익성도 중요시된다. 손해율(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을 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 관리 등을 통해 얼마나 순이익을 냈느냐가 실질적인 경영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동부화재에 꼬리표처럼 쫓아다니던 '만년 3위'라는 수식어가 왠지 어색해진 까닭도 여기에 있다.
동부화재는 수익성 측면에서 업계 2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회계연도 동부화재는 영업이익 4240억원, 순이익 306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이 영업이익 2551억원, 순이익 1915억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동부화재가 매출액 대비 좀 더 효율적인 영업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이렉트 시장 1위 수성
동부화재는 1962년 3월 대한민국 최초의 자동차보험 전문회사인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로 출범해 1968년 한국자동차보험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83년 들어 동부그룹에서 한국자동차보험의 경영권을 인수해 1995년 지금의 동부화재해상보험(동부화재) 상호를 갖게 됐다. 현재 자동차, 화재, 해상, 장기손해보험 등 전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손보사로 성장하며 부동의 업계 1위 삼성화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기세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지난해 11월말 기준 27.4%인 삼성화재에 크게 못 미치는 16.0%를 나타내고 있지만 다이렉트 보험 부문에서 만큼은 삼성화재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이렉트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이 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는 향후 경쟁력 제고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다이렉트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매출액 기준)는 2006년 13.3%에서 2013년 29.3%까지 확대됐다.
최근 신용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개인정보를 활용한 영업이 엄격해 지면서 다이렉트 보험 부문에서 다소 고전을 하고 있지만 이런 요인을 제외하고 최근 3년간의 실적을 놓고 보면 삼성화재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2013회계연도(2013년 3월~12월) 다이렉트 보험 실적을 보면 동부화재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6125억원, 7434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같은 기간 삼성화재가 올린 3680억원 5108억원을 크게 앞섰다.
2013회계연도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졌다. 동부화재는 이 기간 6045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삼성화재(5403억원)를 제치고 다이렉트 시장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이와 관련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부화재는 효율성 관리 능력, 고수익 보장성 보험 매출 집중 전략, 탁월한 자산운용 능력 등 3가지 차별성을 모두 보유한 회사로 판단된다"며 "온라인에서의 자동차 규모 확대로 자동차 손해율 변동성을 낮추고 있고 사업비와 투자부문에서의 탁월성이 이미 입증된 회사"라고 평가했다.
◆성공 요인은 '신시장 개척'
국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2001년 10월 교보자동차보험(現 AXA다이렉트)의 진출로 시작됐다. 현재 4개의 전업사와 8개의 겸업사(설계사, 대리점 채널 보유)가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등 다이렉트 사업을 처음 시작한 해외 선진 손보사에서는 광고홍보를 통한 인바운드 모델로 다이렉트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다이렉트 사업 표준 모델이 됐다.
동부화재의 다이렉트 사업은 2004년 진입 당시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하락, 개인과 법인대리점 중심의 전통채널 중심의 영업에 따른 광고홍보 등의 제약 조건 등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회사 내 사업부 형태로 홈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해 아웃바운드 사업모델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는 그동안 국내외에 한 번도 없었던 사업모델로 제휴 마케팅을 통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 기반의 사업모델이었으며 이를 활용해 지금까지 급성장 해오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사업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2011년에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확보한 업계 1위를 달성,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어려운 영업환경 속 실적 전망도 밝아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올해 실적 달성 전망도 밝다.
동부화재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 비중 확대, 고령화 시대 대응한 보장성 상품 판매 활성화, 경기 회복 전망 및 해외영업 확대를 근거로 2014년 실적 전망 공시를 통해 매출액 10조4000억원(전년比 3.1%↑), 당기순이익 3870억원(0.3%↑)을 각각 제시했다. 증권사들은 달성 가능한 실적이라는 평가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부화재가 제시한 당기순이익 3870억원은 3913억원의 순이익을 전망한 당사 가이던스와 유사하다"며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주가도 상승세다. 지난 18일 현재 종가는 5만2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5100원 대비 16.6%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968.18에서 1940.21로 떨어져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동부화재에 대해 목표주가를 7만2000원으로 올려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동부생명 상장 등 금융지주사 전환이 가시화 되면서 그룹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상위사와 같은 과잉 자본 이슈나 타 2위권사와 같은 자본 확충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재무건전성도 건실하다. 2013년 12월말 현재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위험기준자기자본) 비율은 237.7%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RBC 비율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현재는 보험지주사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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