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헛발질에 분양시장 찬바람
입력 2014-03-16 17:13  | 수정 2014-03-16 19:41
정부 정책 헛발질이 수도권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2월에는 1순위에만 수천 명이 몰렸지만 이달 들어서는 1순위 미달이 속출했다. 전ㆍ월세 과세방침이 발표된 이후 분양아파트에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수도권 민영주택 청약접수에서 1순위에 단 33명만 지원하는 단지가 나오는 등 2월 대비 청약경쟁률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해빙기에 이르렀던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임대주택 과세발표 이후 다시 얼어붙을지 우려된다.
실제 지난 13~14일 1~3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부평구 '래미안부평'은 일반분양 120가구 모집에 1순위에 단 33명만이 청약했다. 대형도 아닌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84㎡도 5개 타입 중 4개가 미달됐다. 전용 114㎡의 경우 47가구 모집에 단 2명만이 1순위 청약자였다. 1순위 경쟁률은 0.28대1에 그쳤다.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3순위까지 총 136명이 신청해 가구수를 겨우 넘겼다.
지난 연말부터 미분양이 급격히 줄어들며 호황이 예상됐던 동탄2신도시의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3.0'은 체면치레에 만족해야 했다. 1081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1036명이 청약했고, 3순위까지 2699명으로 경쟁률은 2.5대1에 머물렀다. 작년부터 가장 인기가 좋았던 전용 59㎡가 1순위에 마감되지 않은 것은 시장기대 이하였다. 이 같은 청약률은 정부의 임대주택과세정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서울ㆍ수도권에 분양된 2개 단지에 비해 대조적인 결과다.

지난달 청약접수를 한 위례신도시 '엠코타운 센트로엘'은 604가구 모집에 1순위에만 7301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평균 12대1을 넘었다. 이 단지는 계약시작 사흘 만에 100% 계약에 성공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분양한 '롯데캐슬 골드파크'는 1497가구 모집에 1순위에 2401명이 몰렸다. 인기가 좋은 59~73㎡ 소형은 1순위에 마감됐다. 계약률은 사흘 만에 80%를 넘겼고, 최근 100% 계약에 이르면서 이번주 견본주택을 철거할 예정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임대주택에 대한 과세대책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청약시장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주택청약시장에서 떠날 경우 서울 강남이나 지방혁신도시 등 입지가 정말 뛰어난 곳이나 개발호재가 풍부한 특정지역이 아니고서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택매매시장에 이어 청약시장에서도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자 과세완화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이 연초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힘입어 상반기 분양을 대거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양시장의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특히 이번주에는 전국적으로 4700여 가구가 신규청약을, 10여 단지가 견본주택 개관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4월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대비 75% 증가한 총 8421가구가 분양을 개시할 예정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임대주택 과세정책이 봄분양에 너무 큰 악재가 되고 있다"며 "지난해 다주택자중과세를 푸는 등 부동산에 긍정적이던 정부가 한 순간에 돌변해 올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타이밍에 재를 뿌리며 뒤통수를 친 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입법과정에서 과세완화책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는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월세소득에 과세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긍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전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도 있다'라는 기본적인 생각도 저버린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세는 향후 양도차익이 발생할지 알 수도 없고, 집집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세금을 매긴다면 재산세 같은 부동산보유세에 더해 이중과세 논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주택에는 투자하지 말거나 세금이 싫으면 억지로 전세를 내리라는 명령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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