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연금 `식물주주` 안되려면 이사 해임요구도 할 수 있어야"
입력 2014-03-16 17:08  | 수정 2014-03-16 21:10
"이번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효성 등 논란 많은 기업들의 이사 선임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주총 시즌을 맞아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권종호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건국대 교수ㆍ55ㆍ사진)은 지난 14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보다 일관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의결권을 보다 적극 행사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의결권행사위원회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거나 영향력이 큰 기업들의 주요 현안에 대해 찬반 의사를 결정하는 곳이다.
권 위원장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에 대해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연금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이 언급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두산건설에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ㆍ현물을 출자해 지원했으며,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대여금을 지급하고 4000억원 규모 출자도 단행할 예정이다. 효성은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등을 이사로 다시 선임할 예정이다.
권 위원장은 특히 의결권 행사 정도에만 그치고 있는 국민연금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주주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주주권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식물 주주'에 그치지 않으려면 단지 의결권 행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정해진 내규에 따라 이사해임 청구와 같은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 기금운용위원회가 자체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주주권위원회가 나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국민연금도 상법상 주주인 만큼 이사해임청구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결권 이외의 주주권은 행사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국민연금 산하에 이사해임청구권 행사 여부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주주권위원회를 새로 설치해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하거나 배임ㆍ횡령을 저지른 이사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 내 주주권위원회가 설치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 이사들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주총 상정 안건에 찬성 또는 반대표를 던지는 의결권 행사로 국한돼 왔다.
그는 최근 신사현 만도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주주권위원회 설치가 시급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지난 6일 열린 만도 주총에서 이 회사 지분 13.1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신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지분 25%를 들고 있는 한라그룹 측에 밀려 안건을 부결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권 위원장은 "만도는 부실 계열사인 한라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한 만큼 당연히 이사 해임을 청구에 하는 게 맞다"며 "기업 노동계 정부 학계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주주권위원회를 구성해 만도 사례처럼 주주가치를 훼손한 경우 이사해임청구권 행사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에 대해 "지금처럼 의결권 행사 매뉴얼이 공개되고 공개적 절차에 따라 일관되게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결권 행사의 일관성을 유지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 이후 만도 주가가 올랐으니 주주가치에 오히려 도움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공시 위반과 배임 행위를 했는데도 주가가 올랐으니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2012년 3월 권 위원장이 의결권행사전문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국민연금은 동아제약의 회사 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추진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하는 등 주주가치 훼손이 예상되는 경영판단에 대해 일관성 있게 의견을 개진해 왔다.
[오수현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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