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의 맥] 국정원의 3번째 굴욕…안철수와 폭탄주
입력 2014-03-11 10:09  | 수정 2014-03-11 16:56
(오프닝)
3월 11일 화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국정원이 사상 3번째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국정원 굴욕의 역사를 짚어봅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김황식 전 총리가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내부 분위기를 다독이기 위해 폭탄주까지 돌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오늘로 3년째가 됐지만 일본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이 거셉니다.

1. 국정원의 굴욕
-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과거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 시절, 검찰을 좌지우지했던 국가정보원이 검찰에 압수수색을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벌써 이번이 3번째입니다.
지난 2005년 8월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 때가 처음이었고, 두 번째는 지난해 4월 대선 개입 의혹이 몰아쳤을 때였습니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미풍으로 끝나나 싶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은 국정원 협조자가 자살을 기도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결국 엊그제(9일) 저녁 국정원이 극히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바로 다음 달이 어제(10일) 전격 압수수색이 이뤄졌습니다. 명색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데 신세가 좀 딱하게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10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하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과 황교안 법무장관의 악연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3차례의 국정원 압수수색 때 모두 황 장관이 현직에 있었다는 겁니다. 항 장관은 2005년 '안기부 X파일' 수사 때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로 압수수색을 지휘했고 지난해와 이번 압수수색은 모두 황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있을 때 벌어진 일입니다.
야권이 줄기차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남재준 원장으로서는 골치 아픈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 김황식의 고민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최근 이 격언이 가장 사무치게 느껴지는 사람은 김황식 전 총리일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여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 전 총리가 지지율 하락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반면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은 출마선언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최근 MBN과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서울시장 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17%대에 그쳤습니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의 2배가 넘는 44.3%를 기록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박원순 시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격차가 약 20%p까지 벌어졌습니다.
호남 출신의 합리적 성품에 친박 주류의 지원설까지, 소위 '스펙'은 참 좋지만 정작 출마 선언도 안 하고 최근 계속 미국에 머물고 있으니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전 총리의 마음이 다급하긴 한 것 같습니다. 김 전 총리는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전 미국 현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선캠프에서 활약한 이성헌 전 의원도 캠프 총괄로 영입했고, 부랴부랴 여의도에 캠프 사무실까지 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 의원은 당 지도부와 김 전 총리의 밀월설에 대해 '내통'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불쾌감을 나타냈는데,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어쩌면 본선보다 뜨거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3. 안철수와 폭탄주
- 여기 다급한 유력 정치인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민주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여권은 물론 기존 지지층으로부터도 일부 비판을 받고 있는 안철수 의원입니다. 그동안 애를 먹었던 인재영입도 민주당과의 통합 결정으로 더욱 지지부진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막 날개를 펴려던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침통합니다.
급기야 내부를 다독이기 위해 안철수 의원이 폭탄주까지 돌렸다고 합니다. 지난 7일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그리고 팀장들과 회식에서였습니다. 2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폭탄주를 들고 진작 이런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제가 경상도 남자라 정을 표현하는 걸 몹시 쑥스러워한다. 잘해보자. 이렇게 건배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의원은 본인이 만든 폭탄주를 직접 마시지는 않고 입에만 댔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그동안 신선과도 같았던 안 의원과 폭탄주는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안 의원은 지난 1997년 급성간염으로 수개월 병원에 입원한 뒤 1998년부터는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인기는 많으면서도 '왠지 우리 곁에 사는 사람 같지는 않다'는 괴리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안 의원이 점점 '정치인 안철수'로 변모하는 모습입니다.

4. '원전제로' 후폭풍
-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사상 초유의 대형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습니다. 전 세계는 일본발 방사능 공포에 떨었고, 일본은 원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른바 '원전제로' 정책입니다. 그런데 그 후폭풍이 일본 경제에 계속해서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우선, 원자력 대신 화력발전에 의존하다 보니 여기에 필요한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이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가 20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치를 두 달 연속 경신했습니다.
서민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4월 일본의 9개 전력회사가 가정집에 부과하는 표준 전기요금이 원전사고 전인 2011년 2월보다 17%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고 원전을 보유했던 도쿄전력의 전기요금 상승률은 무려 30%에 달했습니다.
참다못한 일본 정부는 안전이 확인된 원전에 한해 이르면 올여름, 재가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커 재가동이 쉽사리 이뤄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일본이 앞으로 얼마나 더 '원전의 저주' 속에 허우적거릴지 지금으로선 예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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