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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꿈을 잃은 사회 초년생들의 씁쓸한 자화상
입력 2014-03-07 09:20 
사진=탐욕의제국 포스터
큰 꿈을 안고 대기업에 입사한 후 평범한 욕망조차 지우고 지내야 했던 사회 초년생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담은 작품 / ‘탐욕의 제국


[MBN스타 손진아 기자]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인 줄 알았어요.”

보고나면 먹먹함이 밀려온다. 노동자의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며, 골리앗 기업의 실체는 답답하면서도 분통 터진다.

‘탐욕의 제국은 삼성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의 숨겨진 진실을 폭로하는 작품이다.

‘탐욕의 제국은 ‘또 하나의 약속과는 다르게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 대기업의 실체에 대해 낱낱이 폭로한다. 실제 피해 노동자분들의 증언과 함께 들려오는 절규의 목소리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실제 피해 노동자들의 생생한 모습과 목소리가 담긴 영화 ‘탐욕의 제국은 고3이라는 어린 나이에 삼성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후 급성골수백혈병에 걸린 고(姑) 황유미 씨, 함께 삼성전자 LCD 공장에 입사한 후 6년간 근무, 소뇌부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감행하였으나 그 후유증으로 시력, 언어, 보행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한혜경씨 모녀의 사연,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6년간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 후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고(姑) 이윤정 씨의 투병 과정, 퇴사 후 유방암 발병 사실을 알게 되어 수술을 받은 후 현재는 ‘전자산업여성연구모임에 참여하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는 박민숙 씨의 모습 등을 담았다.

특히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입사했다가 직업병을 얻은 후 꿈을 다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보는 내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 영화는 실제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의 사연은 물론, 그 피해자들의 아픔 그리고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까지 묵묵히 기록했다. 남편, 자식을 위해 발 벗고 나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는 광경은 관객의 가슴이 찢어지게 만든다.

‘탐욕의 제국은 대기업의 실체를 고발하는 영화다보니 관객에 따라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노동자들의 지난 삶과 현재의 삶을 새삼 바라보게 하고, 이런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사진=탐욕의제국 스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소중한 걸음을 내딛은 ‘탐욕의 제국. 홍리경 감독은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지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들에게 응원의 말 한 마디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작은 부품 하나를 만들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알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말처럼 거대한 자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은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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