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0년 넘게 흑자 한번 못 낸 '밑빠진 독' 코스피 상장사는
입력 2014-02-26 16:10 

10년 이상 적자가 지속된 상장사가 지난해에도 손실을 보며 만성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의 한계기업이지만 이들 기업이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관련 규정이 미비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로엔케이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6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 적자 규모가 매출액 122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로엔케이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 56억원에서 22.0% 증가했다.
로엔케이는 지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영업손실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이는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900여개 상장 종목 가운데 최장 적자 기록이다.
로엔케이는 옛 비티아이가 바뀐 회사로 예물시계 '오딘', 스포츠시계 '돌핀' 등을 생산했던 시계 제조 업체였다. 하지만 핸드폰의 보급으로 손목시계 산업이 급속히 위축된데다 지난 2008년부터 무려 11회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등 내홍을 겪으면서 회사 실적도 악화됐다.

한국화장품제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부터 11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화장품은 1990년대 말까지 태평양, LG생활건강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이후 저가형 신규 브랜드가 대거 등장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적자를 낸 이들 회사가 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현 거래소 규정상 아무리 많은 적자를 내도 상장폐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지난 2008년 상장폐지 관련 규정을 손질하면서 코스닥 종목이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 상장폐지가 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는 5년 연속 적자를 낸 프리젠이 상장 폐지 대상이 됐지만 회사측이 소송을 제기해 현재 거래 정지 상태다.
하지만 거래소 종목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자본잠식률 50% 이상인 상태가 2년 연속 지속되거나 완전 자본잠식일 경우에만 상장폐지가 된다.
즉 아무리 적자가 쌓여도 상장사라는 이점을 이용해 주식시장에서 증자로 자본금을 늘려나가면 상장폐지를 모면할 수 있는 것이다. 로엔케이가 바로 이런 상황이다. 로엔케이는 지난 2008년부터 6년간 16회에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거의 4~5개월에 한번꼴로 증자를 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17%로 관리종목 지정 기준에도 못 미친다.
한국화장품제조는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에 해당되는 케이스다. 적자 행진이 시작되기 전 벌어둔 돈이 워낙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 1999년 기준으로 이 회사가 쌓아둔 이익 잉여금은 711억원에 달했다.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을 하고 남은 유보금을 말한다. 지난 11년간 총 440억원에 달하는 넘는 누적 적자가 났고 회사의 매출도 10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로 줄었지만 2012년 말 기준으로 이익잉여금이 120억원 가량 남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속 적자 기업의 상장폐지가 거래소 종목에 적용되지 않는 것은 거래소 기업은 코스닥 종목에 비해 심사가 까다롭고 규모도 크다는 이유에서지만 거래소에도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기업이 300~400개 가량 있다"라며 "과거 코스피200 종목이 퇴출당하면서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생겼던 것처럼 만성 적자 기업에 대한 상장 폐지 규정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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