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리더로 거듭난 차두리 그리고 1년 전 약속
입력 2014-02-26 09:30  | 수정 2014-02-26 09:33
차두리의 역할 비중이 커졌다. 플레이어 하나로도 그렇고, 팀의 리더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두리는 지금 변신 중이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시즌 막바지 ‘시험가동을 통해 가능성을 엿봤던 FC서울의 스리백 카드가 2014시즌 최용수호의 성공 키워드로 떠올랐다. 최용수 감독도 말했듯,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포백을 쓰고 있는 K리그의 흐름에서 세 명의 중앙수비수로 뒤를 받치게끔 하는 스리백 전형은 일반적인 선택이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이탈리아 세리에A를 제외한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이탈리아식 ‘공격적 스리백을 택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스쿼드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야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최 감독은 지난 몇 년간은 시스템(4-2-3-1 혹은 4-4-2)에 어울리는 선수들이 팀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구성이 달라졌다”는 말로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맞는 옷을 입어야한다는 뜻이었다.
데얀이라는 확실한 골잡이와 만능 도우미 몰리나가 있었으며, 하대성이라는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고 아디라는 수비라인의 팔방미인이 뒤를 받치던 때의 어울리는 옷과 그들이 빠진 지금의 옷이 똑같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현명하고 바른 판단이다.
2014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25일 센트럴코스트와의 ACL 1차전에서 최용수 감독은 김주영 김진규 오스마르 스리백을 가동했다. 수비 시 측면의 차두리와 김치우가 밑으로 내려와 5백까지 형성했다. 핵심은 바로 이 날개들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풀백들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 숨어 있다. 실제로 차두리와 김치우는 이날 공격의 주된 루트였다.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로를 모색했으며 김치우는 후반 10분, 측면 돌파와 이어진 크로스로 윤일록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올 시즌 FC서울이 지향해야할 그림이었다.
2014년 FC서울의 성공여부가 걸린 이 변신 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차두리의 변신이다. 커리어 내내 유럽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FC서울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깜짝 등장했던 차두리는 지난 1년간 팀의 보이지 않는 리더로서 묵묵히 자기 역할만 소화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질 공산이 크다. 첫 경기부터 조짐이 드러났다. 비중이 커졌다. 플레이어 하나로도 그렇고, 팀의 리더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FC서울의 유니폼을 입던 날 차두리는 최용수 감독님이 날 ‘선수로 판단해서 불러주지 않으셨다면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팀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랄지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날 부르신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 선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주셨다. 가장 고마운 부분”이라는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아마 팀이 내 몫만 하고 끝내는 수준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팀을 이끌 수 있는 단계까지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스스로도 이미 다짐을 하고 있었다. 나이로나 경험 속에 쌓인 경력으로나 팀의 리더가 되어야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지난해는 적응기였다. 그리고 하대성이나 데얀 등 전술적 리더나 선수단 리더가 따로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적응기도 끝났고 주축들도 빠졌다. 이제 리더는 차두리다.
센트럴코스트전에서 본 차두리는 어느덧 리더가 되어 있었다. 간판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맞이하는 첫 경기, 지난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ACL 첫 경기, 그리고 안방에서 첫 경기 등 부담이 상당했을 이 경기에서 차두리는 특유의 건강한 에너지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경기초반 스로인 상황에서 일부러 동료의 등을 맞추고 경기를 진행하는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최용수 감독마저 웃게 만든 것은, 긴장감을 깨기 위한 보이지 않는 노력이었다.
스리백 카드와 함께 차두리의 공격본능도 깨어나야 하는 상황이고, 이제는 자신의 몫만 하고 끝내는 수준 이상도 기대한다. 리더십도 필요하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1년 전 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전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 차두리는 변신 중이다.
[lastuncl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