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주 리조트 참사 희생자 첫 장례 엄수
입력 2014-02-20 15:09 

"이렇게 우시면 제 딸이 길을 못 찾을까 걱정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요..."
딸을 보낸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희생된 부산외국어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신입생인 박주현(18)양의 영결식이 20일 오전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성당에서 엄수됐다. 이번 사고 사망자 중 첫 장례식이다. 그동안 빈소에서 담담하게 상을 치르던 유족들은 마지막으로 박 양의 모습을 보면서 슬픔으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빈소를 떠난 박 양은 자신의 집에 도착해 약 10분간 머물며 정들었던 보금자리와 작별을 고했다. 이후 박 양과 유족이 다니던 이기대성당에서 영결미사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박 양의 영정사진과 시신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미사에 참석한 400여 명의 사람들은 일제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박양의 아버지 박규생씨(54)는 "너무 슬퍼하지 마시기 바란다"며 "제 딸은 갔으니 모든 걸 용서하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친구 강모(19)양은 "아직도 주현이가 곁에 없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이제 대학에 들어갔으니 같이 여행 가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갑자기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명제 베네딕토 신부는 강론에서 "한마디 말없이 아픔과 추위에 떨었을 것을 생각하면 그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다"며 가족에게 보여준 사랑을 떠올려 보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선천적으로 약해 병마와 자주 싸웠던 박 양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박 양은 우리에게 희망을 알게 해 준 친구"라고 기억했다. 박 신부의 강론을 듣던 유족들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 채 흐느끼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영결식을 마친 박양의 시신은 부산영락공원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경남 양산시 천주교 묘지 안에 있는 하늘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