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늘어나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처음으로 자가 보유자의 주거비용을 넘어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세는 공급이 줄어들고 있어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집 한 채를 살 동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의 월세와 자가 주거비용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4월부터 월세 주거비용이 자가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주거비용이 자가 주거비용보다 높게 나온 것은 2004년 월세 주거비용 집계를 시작한 후 처음이다.
이후에도 월세 주거비용을 소폭 상승한 반면 자가 주거비용은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월세의 연간 주거비용은 집값의 2.99%, 자가는 2.59%로 격차가 0.40%포인트 벌어졌다. 자가 주거비용은 집값의 정기예금 이자로 계산했으며, 월세의 주거비용은 월세금에 보증금을 정기예금에 넣어 발생하는 이자(기회비용)를 더해 계산했다.
한편 전세의 주거비용은 집값의 1.92%로 자가보다 0.67%포인트 낮았다. 전세는 공급이 감소하고 그마저 전세금이 폭등하고 있어 월세 주거비용이 커질수록 자가 구입을 고려하는 세입자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전망했다.
신민석 크레디트스위스 상무는 "주택 거래량·가격 등 각종 지표에 따르면 주택시장 경기가 지난해 상반기 바닥을 친 이후 하반기부터 미미하게나마 회복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한국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인 성장률이 과거처럼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살아나도 과거처럼 집값이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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