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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역사 쓴 韓 봅슬레이, ‘경험의 가치’ 재확인
입력 2014-02-18 06:01 
한국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한 원윤종과 서영우.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 봅슬레이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두는 쾌거를 이뤄냈다. 원윤종(29)과 서영우(23‧이상 경기연맹)는 올림픽 첫 출전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윤종과 서영우로 구성된 한국 A팀은 18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서 1~4차 합계 18위(3분49초27)를 기록하며 한국 봅슬레이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봅슬레이 역대 최고 성적은 19위. 2010 밴쿠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남자 4인승에서 세운 첫 역사적 기록이었다. 원윤종-서영우는 종목은 달랐지만, 4년 전 봅슬레이 성적보다 한 단계 올라서는 새 역사를 썼다.
파일럿 김동현(27)과 브레이크맨 전정린(25·이상 강원도청)이 호흡을 맞춘 한국 B팀은 1~3차 레이스 합계 2분53초27로 25위에 그치며 아쉽게 4차 레이스 진출에 실패했지만,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한국 봅슬레이는 이번 동계올림픽에 남자 2인승·4인승에 각 2개 팀, 여자 2인승에 1개 팀 등 총 10명의 선수가 전 종목에 출전했다. 역대 올림픽 사상 최다인원. 불과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사상 처음 남자 4인승이 출전한 한국 봅슬레이는 김동현을 제외하면 올림픽 경험이 전무한 초짜들이다. 특히 봅슬레이 강국에 비해 장비와 인프라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당당히 올림픽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봅슬레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세계의 벽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26년 만에 금메달 쾌거를 이룬 러시아 A팀(알렉산더 주브코프-알렉세이 보에보다)는 합계 3분45초39를 기록,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한국 A팀과는 3초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나 한국 봅슬레이는 이번 소치 대회를 통해 경험의 가치를 느끼며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집중훈련을 했던 스타트에서 10위권 내에 들 수 있는 빠른 기록을 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남은 과제는 스타트의 속도를 이어갈 수 있는 레이스 공략이다.
봅슬레이 전통의 강국은 독일 미국 스위스 등이다. 세 나라는 밴쿠버 대회까지 걸린 총 42개 금메달 중 32개(독일 16개, 미국 9개, 스위스 7개)를 휩쓸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러시아의 강세가 뚜렷했다. 스위스(은메달)와 미국(동메달)을 밀어내고 세계 정상에 올랐고, 러시아 B팀도 4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러시아는 개최국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봅슬레이는 활주 라인과 최단 코스 전략이 기록 단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홈에서 충분한 레이스 경험을 쌓은 러시아는 훈련을 비공개로 하거나 자신들의 코스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상위 1~10위까지 기록이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라인과 코스의 전략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뀔 수 있다. 러시아가 과감한 레이스로 모험을 걸 수 있었던 것은 충분한 레이스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생애 첫 금메달을 따낸 러시아의 주브코프는 은퇴를 한 뒤 다시 복귀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의 베테랑이다. 주브코프의 투혼이 대단했지만, 봅슬레이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대부분의 봅슬레이 선수들이 10년차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반면 한국은 2~3년차 경력에 불과하다.
한국은 이번 소치 대회에서 15위권 진입 목표에 미치지 못 했지만, 새로운 역사의 발을 내딛었다. 아직 남자 4인승과 여자 2인승 경기도 남아있다. 한국의 더 큰 목표는 소치가 아닌 평창이다. 소치의 경험은 또 다른 실전 훈련이 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썰매 대표팀이 그토록 바라는 국내 최초로 강원도 평창에 지어질 계획인 봅슬레이 및 스켈레톤, 루지경기장에 대한 조기 완공 중요성도 재차 확인됐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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