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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 달려보자 자본시장] ④새 피 수혈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입력 2014-02-13 11:36  | 수정 2014-04-20 10:57

#. 세 번째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바이오리더스는 최근 주관사를 교체했다. 사업성과 수익성 입증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약 업종 특성상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 과거 기술 특례 상장 자격을 갖췄음에도 거래소로부터 상장 미승인 결정을 통보받은 경험을 생각하면 여유를 부리기가 더 어렵다.
#. 광통신 부품제조업체인 오이솔루션도 상장 재도전 의지를 불태우기는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상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두 달 전 오이솔루션은 공모가가 예상만큼 안 나와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이에 공모 물량을 낮춰서라도 이번 상장은 꼭 성공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과 대외신뢰도 상승 등을 이유로 상장을 희망하지만 까다로운 기준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상장 문턱에 가로막힌 기업들은 주식 공모 대신 은행 대출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다. 자본시장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써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실적 먼저냐 자금 투입 먼저냐 논란…상장 미승인 사유도 비공개
대부분의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에 나서는 이유는 빠른 시간 안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에선 상장 요건으로 높은 실적을 먼저 요구하는 탓에 기업들의 부담은 배가 된다.
일례로 코스닥 상장 요건을 보면 자기자본 30억원 이상 일반 기업 기준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최근 매출액 1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 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등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해야한다
상장을 준비 중인 한 정보통신 기술업체 관계자는 "추가 투자를 통해 더 좋은 실적을 내려는 것인데 거꾸로 좋은 실적부터 요구하는 통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업종 자체가 새 수익모델을 만들어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리지만 이런 고려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의 IPO 담당자는 "재무적 판단 뿐 아니라 업종 특성이나 인적자산, 연구개발실적 등을 종합해 기업 가치를 판단해야 하지만 현재 상장 기준은 이런 점에서 미흡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매출액 등 양적 심사 기준과 더불어 질적 심사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의 계속성(시장성, 수익성 등), 경영 투명성(범죄전력, 내부통제), 투자자 보호 등이 대표적인 질적 기준이다. 그러나 객관화된 지표가 없다보니 심사의 자의성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상장 미승인 사유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지는 점은 질적 심사의 자의적인 평가 논란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미승인 사유가 공개되면 오히려 해당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미승인 사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주식 대신 은행으로 발길 돌리는 기업들
사정이 이러다보니 신규 상장 기업 수는 날로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럽게 상장기업 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자금을 수혈 받아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들은 상장 의욕만 상실한 채 은행 등 간접 금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마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상장기업수는 2012년 감소세로 전환됐다. 지난 2005년 702개였던 코스피 상장 기업수는 2007년 746개, 2009년 770개. 2011년 791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2012년에는 785개로 줄어들어 2005년 이후 7년 만에 감소세를 보여줬다.
신규 상장이 상대적으로 활기차게 이뤄지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상장 기업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1031개였던 코스닥 상장 기업수는 2012년 1003개로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연 1997년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규모다.
상장 기업수의 감소는 곧 증권발행을 통한 기업 자금 조달 실적의 축소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 실적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직접금융의 길이 막히자 은행 대출에 의한 간접금융 의존도가 심화되는 실정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강소현 연구위원은 "신규 상장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이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도 상장 여력이 있는데 상장을 하지 않는 회사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강 연구위원은 "신규 상장이 되지 않으니 전체적으로 시장 활성화가 되지 않고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용처를 찾을 수가 다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형국이다"고 진단했다.
◆ 상장 규제 완화한다는데 실효성은 '글쎄'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 서둘러 유망기업 상장을 촉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자 보호 등을 내세워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탓에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예를 들어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우량 코넥스 상장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시 질적심사 기준을 간소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패스트트랙(신속 이전 상장 제도)을 적용받으려면 훨씬 더 까다로운 매출액 조건을 충족해야하는 식이다.
기존 코스닥 상장 요건에서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은 100억원 이상인 가운데 패스트트랙은 2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기업 IPO 담당자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가는 패스트트랙 매출액 기준이 코스닥 직접 상장보다 더 까다롭다"며 "차라리 그냥 코스닥 시장에 바로 상장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관계자는 "질적 기준을 충분히 완화해줬기 때문에 실적과 같은 회사의 외형 조건을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3억원 이상의 예탁금을 보유한 사람만이 투자가 가능했던 코넥스와 달리 코스닥은 일반 투자자의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장 문제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넘어 상장사에 대한 혜택을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 금융위의 신규 상장 활성화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한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본부 이승렬 상무는 "기업으로서는 상장했을 때의 이득이 없는 게 신규 상장을 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상장을 하게 되면 주주배당이나 주요 경영사안 공시, 소액주주 보호, 주가 관리 등의 강제 또는 비강제적 의무가 생긴다.
이 상무는 "상장 기업에 주어지는 법적 규제와 공시 등의 부담이 상장 메리트보다 낮기 때문에 진입하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입장을 감안해 줄 필요가 있다"며 "신규 상장이 부진하면 전체 자본시장의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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