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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개봉 순간까지 난관 `또 하나의 약속`, 불편한 사실
입력 2014-02-05 14:33  | 수정 2014-02-05 14:37
지난 2007년 3월 6일, 23세의 나이로 사망한 꽃다웠던 고(故) 황유미씨와 그녀의 아버지 황상기씨. 경기 용인 기흥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그녀와 그녀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 1인 시위도 불사했던 아버지의 이름이다. 이 부녀의 이름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6일 개봉하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때문이다.
'또 하나의 약속'은 강원도 한적한 마을에 사는 단란했던 한 가족에게 벌어진 '재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배운 건 없지만 십몇 년을 택시 운전사로 살며 가정을 이끌어 온 가장 상구(박철민). 아빠는 딸 윤미(박희정)가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좋아한다. 윤미를 비롯한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 순박한 가족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신들에게 생길지 '당연히' 몰랐을 거다. 윤미는 2년 만에 백혈병에 걸리고, 세상을 뜨고 만다. 아버지는 딸의 이야기를 알리고자 투쟁에 나선다.
영화는 묵묵히 황상기씨의 '억울한' 이야기를 따라간다. 카메라는 특별한 장치 없이 아버지의 뒤에서, 또는 앞에서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한다. 평범하게, 하지만 거짓 없이 '팩트'에 충실해 이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화려한 카메라 기법이나 연출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영화다. 제작비를 대중에게 십시일반 했으니 그럴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
고발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날이 서 있지도 않다. 대기업 직원이 윤미 아버지에게 사직을 종용하고 "산업재해를 신청하면 안 된다"며 돈 몇 푼을 쥐여주는 장면과 재판에서 증언해 줄 이를 매수한 기업의 행동 등이 울화통을 터트리게 할 만하지만, 영화는 그보다도 아버지가 딸의 죽음의 진실을 알리려 하는 노력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는다. 물론 몇몇 상투적 전개와 거친 편집 때문에 부자연스럽고 밋밋한 인상을 주는 아쉬움은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은 6일 관객을 맞이할 예정인데 상영관 측에서 개봉관을 턱없이 적게 열어줘 '외압'의 시선을 받고 있다. 관객의 관심을 대변하는 예매율에서도 다른 영화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데 롯데와 메가박스 등이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게 배급사의 주장이다. 상영관 측은 "여러 가지 기준으로 적정한 상영관 수"라며 "외압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누리꾼들이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고 있다.
영화의 취지에 공감해 관객 무료 초대 이벤트를 벌이려 했던 배우 조달환은 롯데시네마로부터 "이벤트 진행 불가능"이라는 답을 듣고 장소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 국민 도움으로 완성됐던 영화는 개봉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상영관 측의 입장에 서보면 '또 하나의 약속'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가 아닌 것은 맞다. 대단히 잘 만들어 꼭 봐야 하는 작품도 아니다. 흥행을 책임질 배우도 없다. "더 작은 영화들도 많기 때문에 개봉관 수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일견 맞다. 하지만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상영 기회는 더 주고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게 정답이다. 120분. 12세 관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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