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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세리머니, 그리고 12년 만의 재회
입력 2014-02-01 06:04 
12년 전, 안정환은 미국을 상대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한국과 미국이 A매치에서 격돌한다. 두 팀이 맞붙는 것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양 팀은 한국시간으로 2월 2일 오전 7시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헙센터에서 경기를 치른다. 양 팀은 국내파 선수들의 전지훈련을 점검하는 최종 실전 무대의 파트너로 서로를 선택했다. 미국에게는 2014년 첫 A매치이기도 하다.
양 팀의 역대 전적은 다소 차이가 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미국과의 상대 전적을 10전 5승 3무 2패라고 기록했지만, 미국 축구협회 보도자료에는 한국이 3승 2무 1패를 기록 중이라고 나와 있다. 일부 친선경기가 A매치로 인정받지 못한 결과다.
두 팀이 큰 무대에서 처음 격돌한 것은 1988 서울올림픽이었다.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양 팀은 0-0으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이후 1994년까지 친선경기만 네 차례 맞붙었던 양 팀은 2002월드컵에서 같은 조에 속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보통은 월드컵 같은 조에 속한 팀끼리는 평가전을 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지만, 둘은 조편성 발표 이후에도 두 차례나 평가전을 치렀다. 2001년 12월 9일 서귀포, 2002년 1월 19일 LA에서 두 차례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했다.
1승씩 나눠가진 양 팀은 2002년 6월 1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대망의 월드컵 예선을 치렀다. 두 나라는 오랜 혈맹 관계이지만, 당시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앞서 열린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미국의 안톤 오노가 헐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의 실격을 유도, 금메달을 뺏어갔다. 여기에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까지 벌어지면서 ‘반미감정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전반 20여분 만에 황선홍이 상대 선수와 경합도중 피를 흘릴 정도였다. 그리고 전반 22분, 클린트 매티스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0-1로 끌려갔다. 한국은 이천수, 안정환, 최용수 등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상대 골키퍼 브래드 프리델의 선방에 막혀 골문을 공략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33분 프리킥 상황에서 안정환이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극적인 동점을 이뤄냈다. 당시 선수들은 동계올림픽 당시 오노가 반칙을 이끌어냈던 상황을 재현하는 일명 ‘오노 세리머니를 하며 김동성의 한을 달랬다.
치열한 접전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한 양 팀은 모두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미국은 16강에서 멕시코를 꺾고 8강에 진출, 1930년 우루과이 대회 3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한국도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들을 연달아 제압하며 4강 신화를 이뤄냈다.
그리고 12년이 흘렀다. 당시 경기에 뛴 선수 중 남아 있는 선수는 랜던 도노번이 유일하다. 그대로인 것은 양 국 축구협회 엠블럼뿐이다. 모든게 바뀐 2014년, 양 팀은 또 어떤 승부를 벌이게 될까.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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