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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의 숙제, 박지성 그림자 지우기
입력 2014-01-28 17:39 
홍명보 감독은 왜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한 박지성의 이름을 언급한 것일까. 사진= 조미예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LA)김재호 특파원] 홍명보 감독과 국가대표팀은 미국에 있지만, 정작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는 네덜란드에 있다.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에게 남은 숙제는 박지성의 그림자를 지우는 일이다.

▲ LA 입성 직후 따라다닌 ‘박지성의 그림자
홍명보 감독은 LA에서 계속해서 박지성의 그림자에 시달렸다. 그 시작은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이었다. 홍 감독과 대표팀이 상파울루발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그 시간, 국내 한 매체는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는 홍 감독이 1월 초 박지성에게 대표팀 복귀 문제에 대해 물어보겠다고 밝힌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홍 감독은 LA에 도착하자마자 이 문제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아야 했다. 이에 홍 감독은 박지성과 만나 의논해보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팀을 만드는 과정이다. (박지성의 대표팀 선발 문제가) 지금 이 시점에 거론되는 것이 맞다”는 말을 남겼다.

▲ 사라지지 않은 불편함, 감독의 해명으로 이어져
이후 박지성에 관련된 질문은 사라졌다. 그러나 불편한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월드컵으로 가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축구협회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박지성에 관련된 질문을 지양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선수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호는 (박)지성이 형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있으면 플러스가 될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지만, 염기훈은 우리도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 지성이 형이 오지 않는다고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지성은 이미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더 이상 그의 그림자에 시달려서는 안 된다. 사진= MK스포츠 DB
결국 홍명보 감독이 직접 나섰다. 홍 감독은 28일 일부 취재진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자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박지성이 변수로 작용되기를 원치 않았다”며 박지성의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되기 전에 확실히 매듭지을 의도였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틀이 잡혀갈 4~5월에 복귀 논란이 이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박지성의 그림자, 직접 걷어내라
해명은 했지만, 개운한 맛은 아니다.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대표 은퇴까지 선언한 선수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홍명보 감독 자신이었다. 대표팀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이미 합의된 선수에 대해 이후 복귀 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지성의 은퇴를 번복시켜야 할 정도라면 대표팀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거나, 혹은 박지성이 현 소속팀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어야하는데 두 가지 모두 아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감독 스스로 팀 운영의 실패를 인정한 꼴이 된다.
결국, 박지성 복귀 논란은 홍명보 감독 자신이 자초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홍 감독이 이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남은 과제는 이제 분명하다. 홍명보 감독은 2월 2일 미국전이 끝나는 대로 유럽행 비행기표를 마련, 네덜란드로 달려가 박지성과 직접 만남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홍 감독은 이 시기 해외파 점검 차원에서 유럽을 방문할 때 박지성을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거진 논란을 덮을 수 없는 이상, 확실하게 정리하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대표팀은 출전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선수의 그림자에 덮여서는 안 된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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