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필리핀 경찰관과 짜고 관광객 돈 뜯은 3명 구속
입력 2014-01-28 15:18 

필리핀 현지 경찰관들과 짜고 한국인 관광객의 가방에 실탄을 몰래 넣고 체포한 뒤 석방 대가로 돈을 뜯은 한국인 3명이 구속됐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8일 인질강도 혐의로 서모(58), 신모(52), 임모(5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필리핀에 현지 경찰관 L(50)씨 등 3명에 대한 공조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서씨 등은 2012년 12월 초 필리핀 클락의 한 호텔에서 골프 관광을 갔던 이모(43)씨를 권총으로 위협해 순찰차에 태운 뒤 근처 파출소로 끌고 가 5시간가량 감금하고 45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는 호텔 로비에 놔둔 이씨의 골프 가방에 권총 실탄 2발을 몰래 넣은 뒤 이씨 등이 호텔을 나서려고 하자 경찰관 3명이 나타나 "폭발물 소지 신고를 받고 왔다"며 이씨의 가방을 뒤졌다. 경찰관들은 이 가방에서 나온 실탄 2발을 보여주고 곧바로 이씨 등을 파출소로 끌고 갔다.

이후 경찰관들은 임씨와 협상을 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 뒤 석방대가로 500만원을 요구했다가 이씨 등이 갖고 있던 현금 450만원을 받고 풀어줬다.
임씨는 2009년 국내 한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이씨 등에게 필리핀 골프 관광을 제의해 3일간 여행 온 이씨 등을 안내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현지에서 8년가량 거주하면서 현지 경찰관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서씨도 범행을 계획하고 사설 경비원에게 산 실탄을 제공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씨 등에게 노출되지 않았다.
임씨는 경찰에서 "450만원을 모두 현지 경찰관들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필리핀 경찰관 3명 가운데 L씨의 신원을 파악해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필리핀 사법당국이 맡게 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비리경찰을 이용해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돈을 뜯는 이른바 '셋업 사건'으로 필리핀에서는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며 "관광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