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김선옥, 봅슬레이 탄 ‘줌마렐라’의 아름다운 도전
입력 2014-01-28 09:45  | 수정 2014-01-28 09:53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도전에 나선다. 엄마선수로 출전권을 따낸 김선옥(가운데)은 소치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저 90점짜리 엄마예요.”
빵점짜리 엄마를 예상했던 김선옥(34‧서울연맹)이 자신있게 던진 말이다. 김선옥은 띠동갑이 훌쩍 넘는 14살차 신미화(20‧삼육대)와 함께 봅슬레이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여섯 살 아들을 둔 엄마선수다. 봅슬레이 여자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김선옥. 이쯤되면 ‘줌마렐라의 선두 주자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6개 종목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6명의 선수들을 파견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진입을 노린다. 여자 선수로는 피겨 김연아(24),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25‧서울시청), 쇼트트랙 심석희(17‧세화여고)가 뜨거운 관심 속에 금메달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관심의 가장자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봅슬레이 여자대표팀도 불모지에서 메달권 진입을 위해 평창에서 막바지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여자 봅슬레이의 유일한 대표팀인 2인승 파일럿을 맡고 있는 김선옥은 아줌마 파워를 앞세워 신데렐라를 꿈꾸고 있다.
육상 선수 출신인 김선옥은 대학원 진학과 결혼, 출산 이후 봅슬레이를 타기 시작했다. 신미화와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나서는 김선옥은 포기를 모른다. 처음 봅슬레이를 접했을 때만 해도 ‘안 되면 말지라는 생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젠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김선옥은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가족의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부모님도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신다. 아마 남편과 아이의 응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김선옥은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 1년에 300일 이상 대표팀 합숙을 하다 보니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씩씩하다. 김선옥은 아들이 두 돌을 지나 운동을 시작했다. 생활체육을 오래 해 다신 운동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왔다”며 운동 전에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웠고, 떨어져 있어도 엄마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쁜 엄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처음에 떨어져 지낼 때만 해도 엄마가 낯설어 무릎에 앉기조차 어색해 했던 아들도 엄마 절대 넘어지지 마”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김선옥은 올림픽을 위해 가족과 조금 더 떨어져 있어야 한다. 특히 파트너와의 호흡이 생명인 봅슬레이 2인승의 파일럿을 맡고 있어서 책임감도 더 크다. 그는 가족보다 (신)미화와 붙어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 파트너십은 최고”라고 웃어 넘긴다.

여자 봅슬레이의 현실적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 아니다. 최종 20위 안에 들어 4차전까지 완주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 이후 상위권 진입이라는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김선옥은 여자 봅슬레이는 인프라가 적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선수들이 보고 희망과 도전을 할 수 있는 길을 닦는 역할일 뿐”이라며 봅슬레이에 올라 타고 있다.
김선옥은 29일 설 연휴 휴가를 받아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갖는다. 소치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마지막 만남이다. 수많은 포기의 문턱에서 일으켜 준 가족의 힘이 그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줌마렐라로 재탄생시켰다. 그의 도전은 이미 아름다운 시작이다.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