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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빈자리 지워가는 두산 투수진
입력 2014-01-27 06:11 
26일 새벽(한국시간)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전지훈련을 가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두산 선수들이 가벼운 런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사진(美 애리조나 피오리아)=한희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리조나 피오리아) 안준철 기자] 김선우(37·LG 트윈스)의 빈자리는 없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두산 베어스 투·포수조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는 선수들의 기합소리들로 가득했다. 지난 15일 이곳에 도착한 이들은 열흘 남짓 시간이 흘렀음에도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두산은 이번 비시즌 기간 동안 변화가 많은 팀 중 하나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 문턱에서 아쉽게 고개를 숙인 두산은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고 정명원 코치가 스스로 옷을 벗었다. 또 고참급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종욱과 손시헌은 나란히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최준석도 역시 FA로 롯데로 팀을 옮겼다.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옆집 LG로 이동했다.
투수진에서도 이혜천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옮겼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소식은 최고참 김선우의 방출이었다. 두산은 김선우에게 코치연수를 권했지만, 그는 구단의 제안을 거절하고 선수생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김선우는 옆집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두산의 젊은 투수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김선우는 후배들에게 야구 외적인 조언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까지 김선우의 곁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젊은 두산 선수들의 TV 중계 장면이 많이 잡혔다. 지난해 5승6패로 초라한 성적에 그쳤지만 김선우는 두산 투수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존재였다. 한 투수는 아버지를 잃은 것 같다”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두산의 젊은 투수들은 김선우의 빈자리를 지워가고 있었다. 투수조장에 뽑힌 노경은은 처음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계속 가라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선배님도 우리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바라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산의 최고 히트상품인 유희관도 (김선우가 팀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영향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 투수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선배님이 떠나신 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야 성공적인 세대교체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만나면 헤어지는 법이다. 맏형이 떠났지만 두산의 젊은 투수들은 헤어짐 속에 또 다른 성장을 하고 있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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