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사 60%, 시가총액이 장부價 밑돈다
입력 2014-01-17 16:02  | 수정 2014-02-04 12:22
새해 들어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0개 가운데 6개의 시가총액이 장부가격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견과 '기업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 반영됐다'는 견해가 엇갈려 투자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선별해야 할지 고민도 늘고 있다.
17일 매일경제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데이터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7개 가운데 61%인 364개 종목 주가순자산비율(PBRㆍ주가는 16일ㆍ순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이 1배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PBR는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으로 간단히 시가총액을 지배주주 순자산으로 나눠 계산한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시가총액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결국 상장기업 10곳 가운데 6곳은 청산가치보다 못한 주가 평가를 받는 셈이다. 코스피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코스피 흐름은 1950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PBR 1배(1년 예상 재무제표 기준)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패턴을 봤을 때 현 수준 주가가 비싸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PBR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 코스피는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뒤져 있기도 하다. 미국(2.65배) 독일(1.76배) 일본(1.38배) 등 선진국 증시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3.18배) 인도(2.59배) 중국(1.4배) 싱가포르(1.39배) 홍콩(1.32배) 브라질(1.3배)보다도 낮다.
투자자들은 "수치상으로는 비싸지 않은데 선뜻 사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종목 선별의 한 방식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높으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을 찾으라'고 말한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기업 재무제표상의 자산, 수익 등을 주가와 비교한 PBR, PER는 저평가된 종목을 고르는데 신뢰할 만한 지표"라고 말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1년 동안 얼마를 벌었는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PBR는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을수록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PER 역시 낮을수록 기업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음을 뜻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코스피 종목 가운데 '고ROE-저PBR-저PER' 조건을 충족시키는 종목은 효성 SK 세아제강 코리안리 등이다.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 종목들은 주가 흐름도 양호한 편이다. 효성의 경우 올 들어 코스피 급락에도 작년 말 종가보다 주가가 올랐다. 효성은 향후 1년 예상 ROE는 12.59배이고 PER와 PBR는 각각 6.78배, 0.77배다. 하지만 실적이나 업황을 고려하지 않고 ROE, PBR, PER 수치만을 비교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기아차의 경우 높은 ROE(17.98)와 낮은 PER, PBR(5.22-0.87배)이지만 올 들어 주가는 엔저와 실적 부진 우려에 연일 하락세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PER와 PBR 모두 기준시점이 중요한데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상태고, 1년 뒤 예측 실적을 바탕으로 하면 오차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이를 기준으로 종목을 고르더라도 업황 등 다른 요소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호 기자 /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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